19문장 짧은 발언에 '평화' 7차례 사용하며 '평화적 해결' 역설
美·北 모두에 '말 전쟁' 자제 당부…'한반도 평화' 메시지 던져
문 대통령 단호한 목소리로 '평화'… 美·北 긴장수위 낮추기 방점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수석·보좌관회의 발언을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한 어조로 역설했다.

평소 문 대통령의 화법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강인하고 단정적인 어조였다.

'즉시 중단', '확고', '확신' 등 강한 어조의 단어를 사용했을 뿐 아니라, 불과 19문장으로 된 짧은 발언 안에 '평화'라는 단어를 7차례나 사용하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북·미간 외교적 대치와 긴장이 급고조된 이후 처음 나온 대외적 메시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현 시점에서 '평화적 해결'이라는 메시지를 들고 나온 데에는 외교적 함의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과 일주일 전인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는 북한을 향해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가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던 것과 달라져 보이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북·미 양국이 '괌 포위사격', '군사적 해법 장전' 등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긴장 수위를 높여가고 현 국면을 어떤 식으로든 바꿔놓아야 한다는 상황인식이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 12일 미·중 정상 통화를 계기로 조심스럽게 국면전환의 기미가 엿보이는 상황도 문 대통령이 '평화 메시지'를 던지게 된 배경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먼저 북한을 향해 "더는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고, 도발과 위협적 언행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경우 남북 간 교류협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우리 민족의 밝은 미래를 함께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지난달 베를린 구상까지 이어온 대북 기조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초지일관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 더 강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되, 궁극적으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평화적 방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발언에서도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며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의지를 밝혔지만, 이날 발언처럼 분명한 방점을 찍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 단호한 목소리로 '평화'… 美·北 긴장수위 낮추기 방점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는 미국을 향한 모종의 메시지도 담겨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있어 우리와 미국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며 "미국 역시 현재의 사태에 대해 우리와 같은 기조로 냉정하고 책임 있게 대응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직접 표현하지 않고 에둘러 말했지만, 이는 북한과 '말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도 적절한 수준의 자제를 당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그간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달은 북·미 간 설전에 개입하지 않고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해 왔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양국 간 설전에 끼어들어 확전시킬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북한과 미국의 대립이 극한 상황까지 치닫고 있는데 직접 당사자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지나치게 말을 아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에는 이 같은 비판에 대한 반론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도 포함돼 있다.

문 대통령이 "위기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유사시 대비도 철저히 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은 새 정부가 엄중한 안보위기에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한 반론으로 읽힌다.

또 "평화와 협상이 고통스럽고 더디더라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서 문 대통령도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다소 답답하고 더디게 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대화와 타협을 통한 평화적 해법이 새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