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미국 초강경 설전'에도 문재인 대통령 언급 자제…속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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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전 가세하는 것보다 모든 준비할 상황"…메시지 극대화 시점 고심
벼랑 끝일수록 해법도출 가능성 판단…北 억류 목사 석방 '신호'
NSC, '모든 조치' 강구 주목…대화門 열어놓되 韓美 추가 무력시위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의 '초강경 설전'으로 인한 한반도 위기 지수 급상승에도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북한의 최근 잇단 두 차례에 걸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도발에 강경 대응 기조를 밝히면서도 궁극적으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한 메시지를 발신해왔던 문 대통령이 더욱 고조된 긴장 속에 일절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10일 문 대통령이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개최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 앞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만 공개했다.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갈 수도 있는 엄중한 국면에서 문 대통령의 '묵언'은 언뜻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
만에 하나 북미가 군사행동에 돌입할 경우 그 최대 피해자는 당연히 우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문 대통령의 메시지 발신 자제엔 의도된 속내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 비켜서지 않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현 상황을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레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으로 보인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실질적인 당사자가 북미이며, 그 양자 간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우리가 개입해야 할 시점을 정교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현 상황을 상당히 엄중히 보고 있다"며 "하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이 설전에 나서 복잡한 구조를 만드는 것보다 엄중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모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게 청와대 인식"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현 상황에서 문 대통령으로서는 내놓을 수 있는 메시지를 이미 다 쏟아부었다는 인식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을 언급하며 "북한이 견딜 수 없는 순간까지 도달해야 한다"며 "지금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폐기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해야지 대화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며 평화적·외교적 방식의 해결을 거듭 강조했다.
적어도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선 대화할 때가 아니며,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한 것이다.
물론 우리 정부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현실론이 작용했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이 문제에 대한 한국 역할론의 제한성을 인정한 바 있고,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최후의 목표는 완전한 핵 폐기를 위한 대화의 테이블이 마련되는 것이지만 그게 한국 주도로 만들어질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미국과 북한의 극한 대치로 상황이 벼랑 끝으로 몰리는 형국이지만 그럴수록 해법 도출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NSC 상임위에서 정의용 실장이 '벼랑 끝으로 가고 있다'는 표현을 했는데 벼랑에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상황이 엄중해질수록 대화 모멘텀이 만들어질 수 있고, 이런 상황일수록 위기 해결의 방법이 나올 시점으로 가는 게 맞다는 게 현재 인식"이라고 전했다.
이런 판단 배경에는 북한이 억류해온 캐나다 국적의 한국계 임현수 목사를 전날 석방한 것도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불바다' 등 고강도 레토릭을 사용하며 긴장도를 높이면서도 박 목사 석방을 통해 '신호'를 보냈다는 뜻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목사 석방은 어떤 시그널일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청와대도 만일의 사태를 상정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사태의 엄중함으로 갈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그 엄중한 사태가 대화의 테이블로 이어지는 상황으로 가능 것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NSC 상임위가 이날 회의에서 한반도에서의 긴장 해소와 평화 관리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는 대목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그야말로 모든 게 다 포함됐다고 이해하면 된다"며 "외교적·군사적 민감함 때문에 필요한 모든 조치로 표현할 수밖에 없지만, 그 속에 모든 게 담겨 있다"고만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외교적·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되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론적 측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북한의 ICBM급 도발 직후 행해졌던 한미연합 타격훈련과 미국의 전략폭격기 기동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무력시위가 포함된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의 고강도 제재·압박의 필요성에 이미 공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메시지를 극대화할 최적의 시기를 엿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시점은 닷새 앞으로 다가온 8·15 경축사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어느 선에서 엄중한 메시지를 담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
벼랑 끝일수록 해법도출 가능성 판단…北 억류 목사 석방 '신호'
NSC, '모든 조치' 강구 주목…대화門 열어놓되 韓美 추가 무력시위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의 '초강경 설전'으로 인한 한반도 위기 지수 급상승에도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북한의 최근 잇단 두 차례에 걸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도발에 강경 대응 기조를 밝히면서도 궁극적으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한 메시지를 발신해왔던 문 대통령이 더욱 고조된 긴장 속에 일절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10일 문 대통령이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개최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 앞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만 공개했다.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갈 수도 있는 엄중한 국면에서 문 대통령의 '묵언'은 언뜻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
만에 하나 북미가 군사행동에 돌입할 경우 그 최대 피해자는 당연히 우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문 대통령의 메시지 발신 자제엔 의도된 속내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 비켜서지 않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현 상황을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레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으로 보인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실질적인 당사자가 북미이며, 그 양자 간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우리가 개입해야 할 시점을 정교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현 상황을 상당히 엄중히 보고 있다"며 "하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이 설전에 나서 복잡한 구조를 만드는 것보다 엄중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모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게 청와대 인식"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현 상황에서 문 대통령으로서는 내놓을 수 있는 메시지를 이미 다 쏟아부었다는 인식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을 언급하며 "북한이 견딜 수 없는 순간까지 도달해야 한다"며 "지금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폐기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해야지 대화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며 평화적·외교적 방식의 해결을 거듭 강조했다.
적어도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선 대화할 때가 아니며,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한 것이다.
물론 우리 정부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현실론이 작용했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이 문제에 대한 한국 역할론의 제한성을 인정한 바 있고,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최후의 목표는 완전한 핵 폐기를 위한 대화의 테이블이 마련되는 것이지만 그게 한국 주도로 만들어질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미국과 북한의 극한 대치로 상황이 벼랑 끝으로 몰리는 형국이지만 그럴수록 해법 도출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NSC 상임위에서 정의용 실장이 '벼랑 끝으로 가고 있다'는 표현을 했는데 벼랑에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상황이 엄중해질수록 대화 모멘텀이 만들어질 수 있고, 이런 상황일수록 위기 해결의 방법이 나올 시점으로 가는 게 맞다는 게 현재 인식"이라고 전했다.
이런 판단 배경에는 북한이 억류해온 캐나다 국적의 한국계 임현수 목사를 전날 석방한 것도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불바다' 등 고강도 레토릭을 사용하며 긴장도를 높이면서도 박 목사 석방을 통해 '신호'를 보냈다는 뜻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목사 석방은 어떤 시그널일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청와대도 만일의 사태를 상정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사태의 엄중함으로 갈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그 엄중한 사태가 대화의 테이블로 이어지는 상황으로 가능 것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NSC 상임위가 이날 회의에서 한반도에서의 긴장 해소와 평화 관리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는 대목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그야말로 모든 게 다 포함됐다고 이해하면 된다"며 "외교적·군사적 민감함 때문에 필요한 모든 조치로 표현할 수밖에 없지만, 그 속에 모든 게 담겨 있다"고만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외교적·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되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론적 측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북한의 ICBM급 도발 직후 행해졌던 한미연합 타격훈련과 미국의 전략폭격기 기동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무력시위가 포함된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의 고강도 제재·압박의 필요성에 이미 공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메시지를 극대화할 최적의 시기를 엿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시점은 닷새 앞으로 다가온 8·15 경축사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어느 선에서 엄중한 메시지를 담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