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살충제 계란' 작년 11월 인지 주장에 정치권 '발칵'
식품당국 "11월 보고서, 계란오염과 관련없어"…반박 해명
정부 의회보고서에선 관련내용 빠져…일부 "장관 사퇴해야"


유럽에서 인체에 해로운 살충제 피프로닐 오염 계란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네덜란드 정부가 이미 작년 11월에 '피프로닐 오염 계란'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벨기에 정부의 주장으로 인해 네덜란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네덜란드 식품 당국은 작년 11월 보고서는 닭 농장 방역작업에 피프로닐이 사용됐다는 내용으로 피프로닐 오염 계란과는 관련이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작 네덜란드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는 작년 11월 보고서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는 등 피프로닐 사태에 대해 정부가 부실하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고의 은폐 논란으로까지 번지며 의회 일각에선 관련 장관 사퇴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앞서 데니스 뒤카르므 벨기에 농업부 장관은 전날 피프로닐 오염 계란 파문과 관련해 열린 벨기에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작년 11월 말에 네덜란드에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이 있었음을 나타내는 네덜란드 내부 문서를 벨기에 식품안전기구가 입수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네덜란드 식품안전기구인 NVWA는 작년 11월에 피프로닐에 관한 보고서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피프로닐이 닭 농장 방역작업에 사용됐다는 내용뿐으로 계란이 피프로닐에 오염됐다거나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믿을 아무런 근거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벨기에 정부가 입수한 네덜란드 내부문서는 에디트 시퍼스 공중보건부 장관과 마르테인 반 담 경제담당 내무장관에게 보낸 7월 22일 자 보고서라고 네덜란드의 한 언론은 보도했다.

보고서에는 NVWA가 2016년 11월에 피프로닐에 대한 제보를 처음 받았다는 내용과 함께 공중보건이나 환경, 동물복지에 직접적인 위험은 없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이 언론은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번엔 네덜란드 의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네덜란드 정부가 피프로닐 오염 계란 파문이 일자 지난 3일 여름 휴가로 휴회 중인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이 보고서에는 작년 11월 보고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올해 6월 이후 피프로닐 오염 계란 사태에 대해서만 의회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의원들은 지금껏 네덜란드 정치에서 내세울 수 있었던 주요 가치 가운데 하나는 의회가 모든 이슈에 대해 정부로부터 완전하게 정보를 받는다는 것이었다며 충격과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연립정부 구성을 논의 중인 제1당인 자유민주당(VVD)을 비롯해 CDA(기독민주당), D66(민주66당) 등은 작년 11월에 보고서를 받은 두 장관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CDA의 한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일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보고가 부실했다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고 말했다.

소수당인 '동물당(pvdD)'은 의회가 즉각 휴가를 중단하고 의회를 열어 이 문제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회의를 다시 열기 위한 충분한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동물당 소속인 에스터 아우헌드 의원은 "정부는 언제나 의회에 가능한 한 빨리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일은 정치에 대한 사망선고"라면서 "해법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진 장관이 물러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NVWA는 피프로닐 오염 계란 사태가 불거지자 네덜란드 내 150개 닭 농장을 폐쇄하고 유통중인 계란 수백만 개를 회수해 폐기했으며 피프로닐에 오랜 기간 노출된 닭 수백 마리를 살처분했다.

피프로닐은 벼룩, 이, 진드기 등을 박멸하기 위해 사용되는 살충제의 성분으로, 다량이 축적될 경우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식용 가축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허용기준치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네덜란드 '살충제 계란' 작년 11월 인지 주장에 정치권 '발칵'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