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의료쇼핑' 넘치는데…2006년 '무상입원 소동' 잊었나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2006년 보건복지부는 6세 미만 아동의 입원진료비 본인 부담금을 진료비의 20%에서 0%로 전액 면제했다. 6세 미만 아동이 입원하면 병원비를 건강보험이 모두 부담하게 한 것이다. ‘가계 부담을 덜어주고 미래 성장동력인 아동의 건강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유행병도 없었는데 병원에 입원하는 6세 미만 아동이 급격히 늘어났다. 2006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대신 지급한 6세 미만 아동 입원비는 3838억원으로 2005년 대비 40%나 늘었다. ‘입원비가 무료인 덕분에 아프지도 않은 아이를 입원시키고 놀러 다니는 엄마들이 늘었다’는 소문마저 돌았다.

복지부는 결국 6세 미만 아동 무상입원 제도를 시행한 지 2년 만인 2008년 아동의 입원 본인 부담금을 0%에서 10%로 올렸다. 긍정적 효과보다 도덕적 해이와 재정낭비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복지부는 12년 만에 당시 정책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큰 규모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9일 내놨다. 15세 이하 입원진료비 본인 부담률을 5%로 다시 낮추겠다는 방안도 포함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건보 적용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 때문에 고생하는 저소득층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병원비 때문에 집까지 팔았다는 사연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건보 보장성 강화대책의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는 평가도 많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날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건보 비급여 항목을 전면 급여화하겠다고 선언하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당장 병원부터 알아봐야겠다’는 반응이 뒤따랐다. ‘딱히 아픈 데는 없지만 이 기회에 자기공명영상(MRI)이라도 찍는 게 남는 장사 아니겠냐’는 글도 있었다. 이번 대책이 병원의 ‘과잉 진료’와 환자의 ‘의료 쇼핑’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과잉 진료와 의료 쇼핑은 결국 보험료 폭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각종 설문조사에서 건보 재원 조달 방식으로 ‘보험료 인상’을 꼽는 국민은 극히 드물다. 국가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응답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건보 적립금이 20조원이나 쌓여 있기 때문에 앞으로 5년은 문제없다고 설명한다. ‘5년 뒤 보험료가 얼마나 올라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짐을 다음 정부로 넘기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할 때다.

김일규 경제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