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감시조직' 총동원
고가주택 몇 채씩 사들인 미성년자·무직자 조사
증여세 납부 기록 면밀 검토
분양권 차익 축소 신고, '불법 조장' 중개업소도 타깃
거래 과열지역 중점 관리


국세청은 이날 세무조사 대상자의 세금 탈루 혐의 사항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무엇보다 다주택 보유자나 미성년자 고가주택 보유자 중 자금 출처가 불분명해 편법 증여 가능성이 농후한 혐의자가 전체 286명 중 100명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이뤄진 수십만 건의 부동산 취득 관련 자료, 전세권 등기 자료 등을 넘겨받아 전산으로 정밀 분석해 편법 증여 혐의자를 추려냈다”고 설명했다.

중개업소 등 사업자도 조사
실제보다 매매 가격을 낮춰 신고하는 ‘다운계약’을 통해 양도세 등을 탈루한 사람도 이번에 세무조사 ‘철퇴’를 맞게 됐다. 한 부부는 혁신도시 등에서 고액의 프리미엄이 붙은 아파트 분양권을 열두 차례나 매각하고도 세금은 400만원만 납부했다가 이번에 조사를 받는다.
청약 경쟁률이 33 대 1에 달해 프리미엄(웃돈)만 4억원에 이르는 서울 강남 아파트를 판 C씨도 이번에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양도차익이 한푼도 없었다고 거짓 신고를 한 혐의가 짙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 중개업자와 주택신축판매업자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중개업소 세 곳을 운영하는 D씨는 본인 명의로 아파트와 단지 내 상가 30채를 양도했지만 관련 소득은 3년간 1000만원에 불과했다고 신고했다. 수십 채의 빌라를 지어 판매한 주택신축판매업자 E씨도 다수의 부동산과 주식, 고급 외제차를 보유하고 있지만 소득은 너무 적게 신고해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로 세금 탈루 여부를 검증하기로 했다.
조합원입주권의 불법거래 검증
국세청은 이들 세금 탈루 혐의자는 물론이고 이들의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 금융계좌까지 추적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부동산 중개업자에 대해선 중개수수료를 현금 등으로 받고 누락하는 것은 물론 분양권 등을 직접 전매하는 투기행위도 집중 검증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전국 지방국세청·세무서 371명의 ‘부동산탈세감시조직’을 총동원해 부동산 투기 수요를 막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다주택자의 주택 취득자금 변칙증여의 검증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지난 8·2 부동산 대책으로 금지된 투기과열지구의 조합원입주권 불법거래정보도 수집해 세무조사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다음달부터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 주택취득자가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되는 자금조달계획서도 수집해 자금 출처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8·2 부동산 대책 규제를 덜 받는 지역인 경기도와 오피스텔·상가 등 다른 부동산으로 투기 수요가 이동할 조짐이 있다”며 “부동산 거래가 과열되는 지역은 중점관리 지역으로 추가 선정해 탈세행위를 적발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열/김일규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