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보험금 지출 줄어 보험료 인하 여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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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9일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보험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건강보험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로 보험금 지출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높아지면 실손의료보험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보험업계로서는 새로운 형태의 보험 개발이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대책의 핵심은 2022년까지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를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비급여는 국민건강보험법상 건강보험이 비용을 부담하는 급여 대상에서 제외된 항목을 가리킨다.

건강보험 가입자라도 비급여 진료비는 100%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실손보험은 이 비급여 진료비와 급여 진료비 중 본인 부담금을 보장해주는 보험상품이다.

정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총 의료비 69조4천억 원 가운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의료비 규모는 13조5천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비급여 의료비가 4조8천억 원으로 64%(8조7천억 원)나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급여 의료비의 상당 부분을 실손보험이 보장하고 있어 비급여 의료비가 줄어들면 보험사로서는 지출해야 할 보험금이 줄어 이득이 된다.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 가입률이 65%이고, 실손보험의 비급여 보장률이 80%인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비급여 의료비가 4조5천억 원가량 감소한다.

지출이 줄어드니 손해율이 개선되고 이에 따라 보험료로 인하할 여력이 생긴다.

대형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비급여를 급여로 표준화하는 것은 보험업계가 원하는 부분이어서 이번 대책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손해율이 안정화되면 보험료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강보험의 보장영역이 늘어나면 실손보험의 효용성이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63%에서 70%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가입자가 3천400만 명에 달해 '국민보험'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은 실손보험의 위상이 흔들리게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추가로 비용을 내 보장을 받겠다는 수요가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면 실손보험이 왜 필요하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보험업계는 새로운 상황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보험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