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난 불로 점포 13곳 타…"붕괴 우려로 진화 어려움"

"가뜩이나 경기도 어려운데 불까지 나 걱정입니다.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대전 중앙시장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69·여)씨는 9일 오전 까맣게 타들어 가는 시장 점포를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A씨의 생계 터전인 중앙시장에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붙은 것은 이날 오전 3시 50분께다.
"장사도 안 되는데 불까지…" 대전중앙시장 상인들 '발 동동'
시장 안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시작됐고, 불은 목조 건물을 타고 순식간에 점포 13곳을 집어삼켰다.

화재를 목격한 한 상인이 상인회 회원들에게 "불이 났다"는 연락을 휴대전화로 급히 돌렸고, 이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깬 상인들은 빗속을 뚫고 새벽부터 슬리퍼 차림으로 시장에 달려 나왔다.

소방당국이 큰불을 30분 만에 잡긴 했지만, 점포가 목조 건물이다 보니 붕괴 우려 때문에 소방당국이 시장 안으로 진입하지 못한 탓에 완전 진화까지 2시간이 걸렸다.

불이 다 꺼진 것 같다가도 곧 빨간 불길이 치솟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펑'하는 폭발음도 이따금 들렸고, 그때마다 상인들의 가슴도 타들어 갔다.

일부 상인들은 대구 서문시장 화재 참사를 떠올리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때 희뿌연 연기가 하늘 높이 치솟으면서 시장 뒤쪽에 있는 높은 건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불이 모두 꺼진 오전 5시 50분 이후에도 현장 주변에는 매캐한 연기가 가득 차 숨을 제대로 쉬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매운 연기 때문에 숨을 쉬기도 쉽지 않았지만, 상인들은 시장 가까이서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화재 현장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장사도 안 되는데 불까지…" 대전중앙시장 상인들 '발 동동'
하루아침에 생계 터전을 잃은 이들은 불길을 바라볼 수밖에 없어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시장에서 축산업을 하는 한 상인은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믿기지 않았는데, 나와보니 너무 참담하다.

가슴이 무너진다"며 "쳐다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A씨도 이날 하루 휴가 삼아 문을 닫으려 했지만,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시장으로 달려왔다.

그는 "중앙시장에서 30년간 음식점을 운영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유일한 생계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다른 상점을 운영하는 B씨는 "요즘 경기 침체로 장사가 잘 안돼 엄청 힘든 상황에서 불까지 나 걱정"이라며 "화재 수습이 끝날 때까지 장사를 못하는 거 아니냐"고 한숨 쉬었다.
"장사도 안 되는데 불까지…" 대전중앙시장 상인들 '발 동동'
이 불로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며, 시장 내 1천443개 점포 중 음식점과 생선가게 등 점포 13곳이 모두 탄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중부소방서 관계자는 "일부 목조 건물은 붕괴위험 때문에 소방관이 건물 밖에서 진화작업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며 "최초 신고 이후 20여분 만에 초기 진화를 했고, 연소 확대 방지에 주력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so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