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화염과 분노' 발언, '北, 레드라인 침범 공식화' 분석
WP "北, 레드라인에 예상보다 빨리 근접", 폭스 기고문 "北, 완전한 핵보유국"
"北 핵탄두 소형화 성공"… 미국의 '대북 레드라인' 넘었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북한을 겨냥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매우 강한 어조의 경고를 쏟아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거침없기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화법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라는 '섬뜩한' 단어까지 동원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 언론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을 "놀랍고 기이한"(extraordinary, CNN), "종말론적 경고"(apocalyptic warning, AFP) 등의 수식을 달아 북미 사이의 긴장 관계가 심상치 않은 수준으로 도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미 정보당국 보고서 내용이 공개된 뒤 나온 것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자체 입수한 미 국방정보국(DIA) 보고서를 토대로 미 정보당국이 북한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결론을 지난달 내렸다고 보도했다.

DIA 보고서에는 북한이 이르면 내년 핵탄두 ICBM으로 미 본토를 실전 타격할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전망도 담겨있다.

미 정보당국 판단이 사실이라면 이는 북한이 미국 등 국제사회가 설정해 놓은 한계선, 즉 '레드라인'을 '마침내' 넘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중대한 내용이다.

북한이 '완전한 핵보유국'으로 가는 중요한 고비를 넘은 셈이다.

미 싱크탱크 국가이익센터(CFT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이날 폭스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 핵탄두 소형화를 두고 "우리는 더는 북한이 완전한 핵보유국이 됐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의 일환으로 그동안 북한에 대해 인내할 수 있는 한계선인 '레드라인'이 과연 어디까지인지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미 본토까지 닿을 수 있는 핵탑재 ICBM을 개발하는 상황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했다는 분석이 중론이었고, 실제 최근 북한의 도발 움직임을 볼 때 레드라인 도달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는 같은날 일본 정부에서도 나왔다.

일본 정부는 8일 발표한 2017년판 방위백서에서 "북한의 5차례 핵실험을 통해 기술적인 성숙이 예상되며 이로 볼 때 북한이 (핵탄두의) 소형화 실현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고 썼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발언은 WP가 입수해 보도한 DIA 보고서 내용을 사실상 공식 확인해 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최근 미 외교안보, 정보당국 수뇌부에서 이례적으로 대북 강경 대응론이 잇따라 제기된 것도 이같은 상황 판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는 지난 5일 북한의 ICBM 발사로 긴급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우리가 가진 능력 중 하나가 막강한 군사력"이라며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면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 대북 군사옵션을 공론화했다.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한발 더 나아가, 최근 열린 아스펜 안보 포럼에서 "미 정부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핵 개발 능력과 핵 개발 의도가 있는 인물을 분리해 떼어 놓는 것"이라며 북한 정권교체론의 불씨를 지폈다.

미 국가안보 수장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지난 5일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예방전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 가능성을 질문받고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전쟁, 예방전쟁을 말하느냐"고 확인한 뒤, "물론이다.

우리는 그것을 위한 모든 옵션을 제공해야만 한다.

거기에는 군사옵션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北 핵탄두 소형화 성공"… 미국의 '대북 레드라인' 넘었나
미 언론들도 핵탄두 소형화 성공은 핵탄두 장착 ICBM 완성으로 향하는 문턱인 만큼 이제 북한이 미국의 레드라인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WP는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의 '레드라인'에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며 "북한 핵 능력은 기존에 믿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북한 ICBM에 핵탄두가 장착될 수 있다는 걸 알았고, 북한은 핵무기로 미국 본토를 위협하기 위한 퍼즐의 절반을 풀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을 두고서도 "앞으로의 북핵 위협에 대한 확고한 반응"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답해야 하는 레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기술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전했으나 북한이 완전한 핵보유국이 되려면 여전히 기술적인 발전이 더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앞서 마이클 엘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선임연구원은 지난 1일 미 북한전문매체 '38노스'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이 지난달 28일 2차 시험 발사한 '화성-14형'이 대기권 재진입(re-entry)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핵무기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교수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이 충분히 튼튼한 재진입체를 보유하려면 5년이 더 필요하다"며 "북한이 ICBM 발사에서 살아남기에 충분히 작고 가볍고 튼튼한 핵탄두 배치를 위한 충분한 미사일 또는 핵무기 시험 경험이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