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53)의 구속으로 동아쏘시오그룹이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룹 총수가 수감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국내 간판 제약사인 동아제약이 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아쏘시오그룹은 8일 “회장 구속에 따라 우려되는 투자 및 신사업 분야의 의사 결정 등 일부 경영상 공백은 각사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으로 최소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쏘시오그룹은 2013년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계열사별 전문경영인을 두고 독립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강 회장은 2005년부터 최근까지 회사 자금 700억원을 빼돌려 이 중 55억원을 의약품 판매와 관련해 병원에 리베이트로 제공하고 170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강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일선 영업직원들의 과욕에 따른 개인적 일탈이고, 도매상들이 회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저지른 불법 행위였다는 취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법원의 (강 회장) 구속 결정은 유죄와 무죄를 결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재판과정을 통해 의혹을 소명하도록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제약업계는 잇단 악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리베이트 수사가 다른 곳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강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키우고 세대교체를 한다는 명분으로 무리하게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것이 리베이트 수사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제약 창업주 2세인 강신호 회장의 4남인 강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한종현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와 민장성 동아에스티 대표, 김경진 에스티팜 대표를 선임하고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년을 구형받은 데 이어 그룹 총수 처벌이 강화되는 분위기”라며 “리베이트로 총수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만큼 당분간 제약사 영업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