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통상임금 1심 선고를 앞둔 기아자동차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소송에서 패소하면 기아차는 최악의 경우 3조원에 달하는 비용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1심 선고가 주가 반등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가를 오랫동안 짓눌렀던 통상임금 불확실성 요소가 해소된다는 이유에서다.

8일 오후 2시22분 현재 기아차 주가는 전날보다 1600원(4.32%) 내린 354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오는 17일 통상임금 1심 선고를 앞두고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여기에 현대차 노조가 6년 연속 파업을 결정했다는 소식까지 겹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현대차, 현대모비스도 각각 3.04%와 1.18% 하락세다.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 1심은 약 7년간 이어져왔다. 2011년 10월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 2만7458명은 통상임금 미지급금 청구 소송을 냈다. 2008년 8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3년 동안 받았던 연 750% 상당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2011년 10월~2014년 10월 지급한 임금에도 소송이 걸려 있다.

기아차가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최소 7000억원에서 최대 3조40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판결 즉시 충당금 적립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당장 올 3분기부터 기아차는 적자전환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임금 판결 규모가 어떻든 기아차의 3분기 대규모 적자는 불가피하다"며 "통상임금 1심 판결이 기아차가 넘어야할 가장 큰 고비"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선 통상임금 문제가 오랫동안 노출된 악재인 만큼 판결 규모가 최악만 아니라면 단기저점을 만들어 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1심에서 금액이 한번 결정되면 2심에서 금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낮은 만큼 1심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부담 예상 금액이 최저 7000억원에서 최대 3조4000억원으로 범위가 넓기 때문에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것"이라며 "1심 판결을 통해 금액이 결정된다면 이후 2심에서 관련 금액이 늘어날 일은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기아차의 부담 비용 규모에 따라 시나리오별 대응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기아차의 부담 비용이 1조~1조5000억원 사이에 그친다면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연구원은 "현재 기아차의 주가는 약 1조원 정도의 비용 부담을 감안한 수준"이라며 "3분기 기아차가 충당금을 쌓으면 일시적으로 충격이 있겠지만 점진적으로는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차가 3조원대의 비용 부담을 지게된다면 주가가 하락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어보인다"며 "부담 비용이 1조5000억원을 밑돌 경우 주가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