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6일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6일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린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ARF 북한 대표단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방광혁 국제기구국 부국장은 이날 오후 6시40분께 숙소인 뉴월드 마닐라베이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게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이 외무상의 ARF 연설문을 국문본과 영문본으로 배포했다.

방 부국장은 “회의에서 조선의 핵 보유가 미국이 떠드는 것처럼 세계적인 위협이 되는가, 아니면 미국에 한하는 위협이 되는가에 대한 입장을 명백히 밝혔다”며 “조선반도의 핵문제와 정세 격화의 근원은 바로 미국에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이미 미국의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절대로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에 올려 놓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선택한 핵무력 강화에 대해 단 한치의 양보도 없다는 것을 천명했다”고 덧붙였다.

이 외무상은 연설문에서 “자력자강을 생존 방식으로 하고 있는 우리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적대 행위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으며 미국이 끝내 군사적으로 덤벼든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차근차근 보여준 핵전략 무력으로 톡톡히 버릇을 가르쳐 줄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핵 문제는 철저히 미국 때문에 생겨난 문제고 조선과 미국 간 문제인데, 미국이 이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를 조작해 핵 문제를 북한 대 유엔 문제로 조작시켰다”며 “미국에 의해 조선반도에서 참혹한 전락을 겪어 본 우리 인민에 있어 국가방위를 위한 핵억제력은 필수불가결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변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북한)의 지리적 위치에서 미국의 군사적 침공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자면 미국의 심장부를 겨냥할 수 있는 대륙 간 타격 능력을 가져야 한다”며 “지난 7월4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우리는 이 길에서 최종 관문을 넘어섰으며 미 본토 전역을 우리의 사정권 안에 넣었다는 것을 온 세상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선 “미국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을 생존 방식으로 하고 있는 남조선 당국에 대해선 구태여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ARF 회의가 채 끝나기도 전에 북한이 기자회견을 자청한 건 ARF 내에서 북한의 입지가 종전보다 좁아졌고, 북측이 이에 노골적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닐라=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