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로 혈소판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헌혈에만 의존하던 혈소판 공급이 수월해져 외과수술 등 출혈을 동반하는 수술 시 효율적인 수혈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바이오벤처 메가카리온은 15개 일본 제약·화학 기업들과 협력해 iPS세포로 혈소판을 양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내년 임상시험에 들어가 2020년까지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메가카리온은 iPS세포로부터 자가복제 및 냉동보관이 가능한 줄기세포의 일종인 ‘MKCL’을 만든 후 이로부터 혈소판을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개발했다. iPS세포 대량 배양, 혈소판 품질 관리, 이물질 제거, 혈소판 분리정제 및 보관, 임상시험 기획 등 혈소판 대량 생산에 필요한 기술은 오츠카제약, 닛산화학공업 등 15개 기업과 손을 잡고 확보했다.

현재 혈소판 공급은 전적으로 헌혈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헌혈량에 따라 혈소판 공급도 변동이 심했다. 최근 헌혈량이 줄면서 혈소판 공급이 부족해지는 현상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뿐 아니다. 한국도 수혈용 혈소판이 부족해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혈에 사용되는 혈액제제 시장은 일본, 미국, 유럽을 통틀어 연간 4조원 규모다.

iPS세포를 사용해 혈소판을 만들면 헌혈된 혈액을 사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헌혈된 혈액에서 추출한 혈소판은 냉장 보관이 어려워 4일 밖에 보관하지 못하는 반면 iPS세포로 만든 혈소판은 무균처리가 가능해 2주가량 보관할 수 있다. 바이러스 등 병원체의 침투도 막을 수 있다. 헌혈로 공급된 혈액은 에이즈, C형 간염 등 각종 전염병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지만 iPS세포를 활용하면 이런 위험은 피할 수 있다.

메가카리온은 2011년 설립된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나카우치 히로미츠 도쿄대 의과학연구소 교수와 에토 고지 교토대 iPS세포연구소 교수가 개발한 iPS세포 관련 기술이 기반이 됐다. iPS세포를 이용한 혈액제제 생산이 주요 사업이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