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100일도 지나지 않았지만,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정치적·경제적 대형 이슈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국민과 기업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국정교과서 폐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유보, 재벌기업 개혁, 원자력발전소 공사 중단 및 원전 제로 정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대폭 인상, 초대기업(잠정기준 연간이익 2000억원 이상)·고소득자(연간소득 5억원 이상) 증세 등이다. 모두 국가와 국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정부가 쟁점의 여지가 있는 이슈를 밀어붙이는 대의명분은 여론조사다. 여론조사 결과가 전가의 보도처럼 남용되고 있다. 여론조사의 기본인 표본의 공정성, 형평성, 합리성은 고사하더라도 경제정책 수립 추진에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소위 부자 증세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에서 85.6%가 찬성했다. 국민이 압도적으로 찬성하는데 다른 의견이나 우려를 표명하면 공적이 돼 반개혁 부패세력으로 낙인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이 있다. 전화 접촉한 조사대상이 대한민국 성인남녀 1만328명(응답자 507명)인데, 응답률이 4.9%였다. 95%가 전화 설문에 응하지 않았다면 과연 국민의 85%가 찬성하는 여론조사라고 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 근본은 자유와 평등이지만 자본주의 근본은 자유와 선의의 경쟁이다. 정치는 이념과 가치 기준에 따라 혁신적 변혁이나 실험으로 진전되거나 발전한 역사적 사례가 있다. 그러나 경제는 일시적 포퓰리즘이나 의도적 선동, 선전이나 실험의 대상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이유상 < 전 KB국민은행 충청서지역본부장·≪생생 금융경제이야기≫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