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의 갈등을 지켜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국민의당 대표 선출을 위한 8·27 전당대회를 앞두고 ‘극중(極中)주의’를 내세운 안철수 전 대표측과 개혁을 강조하는 호남을 기반으로 한 천정배 정동영 의원측의 노선투쟁을 마냥 즐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걱정스러워 하는 시각이 적지않은 분위기다.



현재 국민의당 의원은 40명으로 호남세력과 안 전 대표 세력으로 양분돼 있다. 호남 지역구 의원은 23명이고, 비례대표 의원은 13명이다. 호남 출신이라고 모두 반 안철수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비례대표라고 모두 친 안철수는 아니다. 중도 독자노선을 걷는 의원들이 여러명 된다. 이를 감안하면 중진 그룹을 중심으로 한 호남세력과 초선 비례대표 중심의 안 전 대표 세력이 거의 반반으로 갈려있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의당이 갈등이 당장 분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민주당이 썩 반기는 분위기가 아닌데다 ‘분당은 곧 공멸’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불안한 동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더라도 양측이 전당대회까지 타협 없이 갈 경우 심리적 분당사태로 치달을 개연성은 다분하다. 20여명씩 갈려 연대와 정책 등에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개혁을 앞세운 호남세력이 민주당과의 협력쪽에 무게가 실려있는 반면 중도를 표방한 안철수 세력은 바른정당 등과의 연대에 무게 중심이 있다고 봐야한다. 물론 선택적 연대를 하다보면 양측이 어느쪽과 더 가깝다고 단정할수는 없다.



민주당이 고민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심리적 양분사태다. 민주당은 국민의당과 당대당 협력을 원한다. 국민의당 의원 40명의 도움이 필요하다. 절반의 도움은 의미가 없다. 당 차원의 협력이 없으면 개혁법안 처리가 쉽지않아서다. 민주당 의석은 120석에 불과하다. 국민의당이 반분되는 상황이 현실화돼 당 차원의 협력이 어려워지면 민주당으로선 비상사태가 아닐 수 없다.



당초 민주당이 대선 후 국민의당 ‘의원 빼오기’ 등 정계개편에 나서지 않은 것은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 였다. 안 전 대표측 인사를 제외한 의원 20여명을 빼온다해도 어차피 민주당의 의석은 과반이 안된다. 국회 선진화법이 존재하는 한 주요 쟁점법안을 처리하려면 180석이 필요하다. 인위적 정계개편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며 정계개편을 강행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 보다는 개혁 노선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국민의당의 적극적인 협력을 얻는 게 낫다고 판단했음직하다.



최근 불거진 제보 조작사건은 국민의당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었다. 추미애 대표가 문제를 삼았지만 민주당이 당 차원의 공세를 자제한 것도 국민의당이 남아 4당 구도가 유지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자리했던 것 같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추 대표를 대신해 대리사과까지 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 시점에서 국민의당이 공중분해되는 것은 민주당으로선 달가운 일만은 아니다. 절반이 민주당에 입당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게다가 호남 출신 의원들이 대거 민주당에 입당하면 호남지역 당협위원장 자리를 돌러싼 민주당 내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분당사태를 겪고 국민의당에 남는 세력은 반민주당 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국회 개혁입법 등 민주당의 정국운영에 빨간불이 커지게 된다. 민주당이 국민의당 사태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이유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