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네이버 FARM] 국산 바나나 되살린 제주 농부
1980년대 제주도의 하우스 바나나는 귤과 함께 제주 농가의 대표 수입원이었다. 제주 바나나 생산량은 1984년 재배면적 13.3㏊, 수확량 319t에서 5년 뒤인 1989년 재배면적 443㏊, 수확량 2만88t으로 급증했다. 바나나 농업이 사양길로 접어든 건 1990년대 중반이다. 농산물시장 개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다자간 무역협상 우루과이라운드(UR)가 1995년 발효된 뒤 값싼 외국 바나나가 밀려들어왔다. 1998년께엔 자취를 감췄다.

국산 바나나를 되살린 농부가 있다. 지난달 초 제주도 남쪽 끝자락. 1132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 좁은 길을 수차례 꺾어들어간 곳에 있는 바나나 비닐하우스 단지를 방문했다. 10여 년간 국산 바나나 재배를 고수하는 이상협 퍼니제주 대표(51)를 이곳에서 만났다.

▷제주는 기온이 높은데 비닐하우스가 필요한가요.

“바나나는 열대 작물이에요. 제주도는 아열대고요. 바나나는 특히 최저 기온이 중요합니다. 겨울에도 섭씨 13도 이하로 떨어지면 안 돼요. 지난겨울 기름값만 1400만원가량 썼어요.”

▷바나나 농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 집에서 바나나를 길렀어요. UR 발효 뒤 싹 접었어요. 저는 제주대 원예학과를 졸업한 뒤 난을 육종했어요. 2006년께 농협에서 제안이 왔어요. 바나나 길러보지 않겠느냐고. 어릴 때 기억도 있고, 도전했어요.” 이 농장 바나나는 대부분 농협유통에서 사간다. 하나로마트에서 파는 제주산 바나나 상당부분이 이 농장 상품이다. 이 농장엔 1200여 그루의 바나나 나무가 있고 한 나무에서 연간 30㎏ 안팎의 바나나가 열린다.

▷새로 시작하는 것이어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모주(母株·어미나무)를 찾아 전국을 돌았어요. 그때 삼척반을 알게 됐어요. 묘목은 사라지고 없었어요. 식물원 관상용으로 있는 걸 찾은 거죠. 품종을 몰라 크기로 이름을 지었어요. 나무 높이가 3척(1척=30.3㎝) 반 정도 된다고 해서 삼척반으로 부른 거죠. 그걸 가져와 키운 겁니다. ”

▷훨씬 큰 나무도 있는데요.

“이건 제가 새로 개발한 품종입니다. 이름을 송키밥이라고 지었어요. 송키는 채소라는 뜻의 제주도 방언입니다. 밥은 말 그대로 밥입니다. 품종 개발을 위해 10년을 연구했습니다. 특허 등록도 마쳤습니다.”

▷삼척반과 송키밥이 어떻게 다른가요.

“삼척반은 병충해에 약합니다.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병충해가 생기기 쉬운데 바나나는 한 그루만 바이러스에 걸려도 금세 퍼집니다. 국산 바나나의 장점은 무농약 재배인데 농약을 쓰지 않으면 생산관리가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농약을 안 치고 녹차와 우유, 막걸리 등으로 미생물 액비를 만들어 막아보기도 했는데 매년 그럴 순 없었어요. 그래서 여러 품종을 개발하고 있는 겁니다. 새 품종이 나왔다고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송키밥은 5년간 관찰했고 이젠 상품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겁니다. ”

▷바나나 농가가 꽤 생겼다고 들었습니다.

“요즘 수지가 꽤 맞습니다. 수입 바나나 가격이 제법 뛰었어요. 파나마 등에서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영향으로 바나나값이 최근 1~2년 새 상당히 올랐습니다. 작년부터는 전국에서 컨설팅을 받으러 옵니다. 대규모로 하다가 가격이 폭락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파프리카 농가를 비롯해 발전소 폐열을 활용할 수 있는 화력발전소 인근 농가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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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FARM 김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