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이어 KAI… '혈세들인 주인없는 회사'서 또 분식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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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수주 관련해 부적절한 회계 반영·성과 포장 '닮은꼴'
남상태·고재호 사장처럼 하성용 대표 비리 수사 이어질지 관심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조직적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함에 따라 수조원대 적자와 회계부정으로 시장에 충격을 줬던 '대우조선 사태'와 닮은꼴의 경영 비리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주인 없는 회사'에서 경영진이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분식회계를 자행하고, 이를 통해 연임을 시도하는 등 회사를 사유화했다는 의혹은 앞서 진행된 대우조선 수사의 골격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
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KAI가 2013년 이라크에 경공격기 FA-50을 수출하고 현지 공군기지를 건설하는 등 총 3조원대 사업을 수주하고는 이익을 회계기준에 맞지 않게 선반영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라크의 정세가 불안해 공군기지 건설 대금 등이 회수되지 않았음에도, KAI는 이를 회계장부에 정상적인 수익으로 인식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의혹은 지난 2015년 한 해에만 무려 5조5천억원의 적자를 낸 이후 약 2년간 국책은행으로부터 7조원 넘는 자금 지원을 받은 대우조선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대우조선은 한 기당 가격이 조 단위에 이르는 해양플랜트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가 예상을 뛰어넘는 원가, 공정 지연에 따른 추가비용,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인도 지연 등 악재가 겹쳐 손실을 키웠다.
경영진은 이에 따른 손실을 제때 반영하지 않고 나중으로 미루는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이어 불황기에 접어든 조선산업 '보릿고개'를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결국 수조원대 손실을 한 번에 회계처리에 반영하는 '빅 배스'(Big Bath)로 귀결됐다.
KAI 역시 이라크 수출·건설사업이 대외 환경의 변화로 악재를 맞았으나 지난 수년간 재무제표상에는 매출액과 흑자가 거듭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벌인 것으로 기재됐다. 공정의 단계마다 막대한 돈이 오가는 대형 수주산업의 특성상 미래 손실을 추정하고 회계에 적절히 반영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더구나 거래처 확보, 제품 개발 등에 장기간이 소요돼 단기에 급격한 실적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방산업체 특성을 고려할 때 이익 반영 규모를 조작해 '반짝 실적'을 내려는 시도는 더욱 매력적인 측면이 있다.
경영진은 이를 악용해 자신의 성과는 부풀리고 손실은 축소하는 분식회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처럼 '폭탄 돌리기'를 하듯 자행된 분식회계는 대내외 악재가 닥쳤을 때 눈덩이처럼 부푼 손실과 함께 드러난다.
이런 이유로, 닮은꼴 회계비리에 대한 수사 방향이 결국 하성용 KAI 전 대표를 향할지에 시선이 쏠린다.
대우조선의 경우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의 재임 시기에 분식회계가 이뤄졌고, 두 사장은 이렇게 부풀린 실적을 앞세워 각계에 '연임 로비'를 벌였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들 중 고재호 전 사장은 지난달 18일 항소심에서 5조원대 분식회계를 바탕으로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로 징역 9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동시에 측근들에게 하도급 계약 등을 몰아주고 뒷돈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회사 경영을 사유화한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KAI에서도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하 전 대표 등 경영진이 성과를 부풀리려는 의도에서 분식회계를 지시했거나 구체적인 정황을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 전 대표는 2013년 5월 부임한 이후 양호한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5월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수사망이 좁혀오자 지난달 사임했다.
방산업계 등에서는 하 전 대표가 박근혜 정부 실세의 비호를 업고 '성역'처럼 행사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아 향후 구체적인 정황이 발견된다면 검찰 수사가 연임 로비를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우조선과 KAI에서 연달아 포착된 분식회계 의혹은 결국 소액주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고 국민 혈세까지 낭비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도 닮은꼴이다.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공적자금이 투입돼 산업은행을 주인으로 맞은 대우조선처럼, KAI 역시 외환위기 이후 부실화한 대우중공업·삼성항공산업·현대우주항공 등 3사가 통합돼 8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곳이다.
6월 말 현재 KAI의 대주주는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으로, 26.41%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분식회계의 전모가 드러나고 손실이 반영되면 KAI의 주식가치도 급격히 떨어지고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도 "중요 방산기업인 KAI의 부실이 누적될 경우 더 심각한 경영위기 등을 초래할 수 있어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
남상태·고재호 사장처럼 하성용 대표 비리 수사 이어질지 관심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조직적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함에 따라 수조원대 적자와 회계부정으로 시장에 충격을 줬던 '대우조선 사태'와 닮은꼴의 경영 비리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주인 없는 회사'에서 경영진이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분식회계를 자행하고, 이를 통해 연임을 시도하는 등 회사를 사유화했다는 의혹은 앞서 진행된 대우조선 수사의 골격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
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KAI가 2013년 이라크에 경공격기 FA-50을 수출하고 현지 공군기지를 건설하는 등 총 3조원대 사업을 수주하고는 이익을 회계기준에 맞지 않게 선반영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라크의 정세가 불안해 공군기지 건설 대금 등이 회수되지 않았음에도, KAI는 이를 회계장부에 정상적인 수익으로 인식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의혹은 지난 2015년 한 해에만 무려 5조5천억원의 적자를 낸 이후 약 2년간 국책은행으로부터 7조원 넘는 자금 지원을 받은 대우조선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대우조선은 한 기당 가격이 조 단위에 이르는 해양플랜트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가 예상을 뛰어넘는 원가, 공정 지연에 따른 추가비용,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인도 지연 등 악재가 겹쳐 손실을 키웠다.
경영진은 이에 따른 손실을 제때 반영하지 않고 나중으로 미루는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이어 불황기에 접어든 조선산업 '보릿고개'를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결국 수조원대 손실을 한 번에 회계처리에 반영하는 '빅 배스'(Big Bath)로 귀결됐다.
KAI 역시 이라크 수출·건설사업이 대외 환경의 변화로 악재를 맞았으나 지난 수년간 재무제표상에는 매출액과 흑자가 거듭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벌인 것으로 기재됐다. 공정의 단계마다 막대한 돈이 오가는 대형 수주산업의 특성상 미래 손실을 추정하고 회계에 적절히 반영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더구나 거래처 확보, 제품 개발 등에 장기간이 소요돼 단기에 급격한 실적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방산업체 특성을 고려할 때 이익 반영 규모를 조작해 '반짝 실적'을 내려는 시도는 더욱 매력적인 측면이 있다.
경영진은 이를 악용해 자신의 성과는 부풀리고 손실은 축소하는 분식회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처럼 '폭탄 돌리기'를 하듯 자행된 분식회계는 대내외 악재가 닥쳤을 때 눈덩이처럼 부푼 손실과 함께 드러난다.
이런 이유로, 닮은꼴 회계비리에 대한 수사 방향이 결국 하성용 KAI 전 대표를 향할지에 시선이 쏠린다.
대우조선의 경우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의 재임 시기에 분식회계가 이뤄졌고, 두 사장은 이렇게 부풀린 실적을 앞세워 각계에 '연임 로비'를 벌였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들 중 고재호 전 사장은 지난달 18일 항소심에서 5조원대 분식회계를 바탕으로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로 징역 9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동시에 측근들에게 하도급 계약 등을 몰아주고 뒷돈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회사 경영을 사유화한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KAI에서도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하 전 대표 등 경영진이 성과를 부풀리려는 의도에서 분식회계를 지시했거나 구체적인 정황을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 전 대표는 2013년 5월 부임한 이후 양호한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5월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수사망이 좁혀오자 지난달 사임했다.
방산업계 등에서는 하 전 대표가 박근혜 정부 실세의 비호를 업고 '성역'처럼 행사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아 향후 구체적인 정황이 발견된다면 검찰 수사가 연임 로비를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우조선과 KAI에서 연달아 포착된 분식회계 의혹은 결국 소액주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고 국민 혈세까지 낭비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도 닮은꼴이다.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공적자금이 투입돼 산업은행을 주인으로 맞은 대우조선처럼, KAI 역시 외환위기 이후 부실화한 대우중공업·삼성항공산업·현대우주항공 등 3사가 통합돼 8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곳이다.
6월 말 현재 KAI의 대주주는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으로, 26.41%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분식회계의 전모가 드러나고 손실이 반영되면 KAI의 주식가치도 급격히 떨어지고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도 "중요 방산기업인 KAI의 부실이 누적될 경우 더 심각한 경영위기 등을 초래할 수 있어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