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탈원전 정책 왜 제대로 서포트 못 하나"…산업부 장·차관 면전서 목청 높인 청와대 경제보좌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비공개 워크숍을 열었다. 백운규 장관 취임 후 첫 내부 행사였다. 토요일이었음에도 백 장관을 비롯해 과장급 이상 대부분의 직원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날 워크숍은 4차 산업혁명과 원자력발전 현황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얘기를 듣고 정책 방향을 토론하자는 백 장관의 아이디어로 마련된 자리였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 이병식 단국대 원자력융합공학과 교수,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연사로 초청됐다.

이들 교수 외에도 초청된 이가 한 명 더 있었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정책자문그룹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활동하며 ‘국민성장론’을 입안한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경제브레인이다. 김 보좌관은 첫 연사로 나서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주제로 40여 분간 강연했다. 강연 도중 김 보좌관은 최근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과 관련, 산업부의 대응을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철학을 산업부가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을 산업부가 제대로 서포트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타성 발언도 있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 참석자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거세지는데 산업부가 여기에 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냐는 질책으로 들렸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장관과 차관이 다 있는 자리에서 정권의 실세 참모가 ‘똑바로 하라’는 취지로 군기 잡듯이 얘기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공무원은 “산업부가 40년 동안 원전이 가장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원이라고 홍보했는데 이 태도를 하루아침에 뒤집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며 “청와대에서 산업부를 몰아붙이듯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김 보좌관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참석자도 있었다. 한 공무원은 “장·차관 앞에서 훈계하듯 얘기한 것은 적절치 않아 보였지만 김 보좌관이 나쁜 뜻으로 얘기했겠느냐”며 “대통령과 청와대가 추진하는 일에 적극 협조해달라는 부탁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다. 각 부처를 직접 상대하며 정책 조율을 맡는 일반 비서진과는 역할이 다르다. 그럼에도 부처 행사에 직접 참석해 ‘군기 잡기’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이 과연 적절한 처신이었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김 보좌관은 이날 상황을 묻는 말에 “비공개를 전제로 참석한 것이라 언급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답했다.

이태훈 경제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