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양꼬치(羊肉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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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
양고기는 과거 중앙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살던 유목 민족이 많이 먹었다. 유목 생활을 하던 고대 유대인들이 귀한 손님을 접대할 때면 어린 양을 잡았다는 묘사가 구약성서에 등장한다. 양고기는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 주요 종교 어디서도 금기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유목민들의 이동로를 따라 식문화가 세계 각지로 빠르게 퍼졌다.
양고기는 요즘 이슬람권과 중앙아시아는 물론 호주·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와 중국, 인도 등에서도 많이 소비되는 육류의 하나다. 중국에 양고기 식문화가 본격 보급된 것은 유목민족이 세운 왕조인 원·청 시기 이후다. 청나라 때 베이징에서 양고기 요리를 많이 볼 수 있었다는 기록이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나온다. 박지원은 “가는 곳마다 조선 사신들을 대접한다고 양고기 요리를 해주었는데 노린내 때문에 고역이었다”고 적었다.
양고기에 함유된 L-카르니틴 성분이 지방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다이어트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근섬유 조직이 가늘고 약해 소화가 잘된다고 한다. 다만 성숙한 양고기에서 나는 특유의 노린내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램(lamb)으로 불리는 생후 12개월 미만의 어린 양고기를 많이 쓰는 것도 냄새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서다. 1년6개월 정도의 나이든 양은 머튼(mutton)으로, 12개월~1년6개월 사이는 이얼링 머튼(yearling mutton)으로 불린다.
양고기를 조리할 때 민트(박하)나 로즈메리 등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는 것도 특유의 노린내를 잡기 위해서다. 양꼬치 구이와 함께 먹는 커민(cumin), 중국말로 쯔란(孜然)으로 불리는 향신료는 널리 알려져 있다. 미나리과에 속하는 식물의 씨앗으로 고대 로마 시대에도 고기에 뿌려 먹었다. 터키와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케밥을 만들 때 양고기의 잡내를 잡는 데 필수적으로 쓰인다. 상대적으로 고급인 양갈비 요리에서는 민트젤리나 머스터드 등의 소스가 많이 이용된다.
국내 양고기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한다. 마니아들의 음식에서 대중이 편하게 즐기는 음식으로 바뀐 덕분이다. 2000년대 후반 대학가와 중국동포(조선족) 거주 지역에 들어선 양꼬치 전문점들은 양고기 대중화의 기폭제가 됐다.
주변을 둘러보면 손쉽게 한자 ‘羊肉串’ 간판을 단 양꼬치 가게를 볼 수 있다. 중국어 발음은 ‘양러우촨’이며, 꼬챙이에 꿴 양고기라는 뜻이다. ‘꿸 관’ 또는 ‘꼬챙이 찬’으로 읽히는 串은 한자 모양 자체가 꼬챙이에 꿴 고기 느낌을 준다. 양고기 관련 외식업체만 3년 새 500여 곳에서 3000곳 이상으로 여섯 배가량으로 증가했다. 중국처럼 양고기를 먹는 문화가 보편화할지, 지나가는 유행에 그칠지 관심이다.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
양고기는 요즘 이슬람권과 중앙아시아는 물론 호주·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와 중국, 인도 등에서도 많이 소비되는 육류의 하나다. 중국에 양고기 식문화가 본격 보급된 것은 유목민족이 세운 왕조인 원·청 시기 이후다. 청나라 때 베이징에서 양고기 요리를 많이 볼 수 있었다는 기록이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나온다. 박지원은 “가는 곳마다 조선 사신들을 대접한다고 양고기 요리를 해주었는데 노린내 때문에 고역이었다”고 적었다.
양고기에 함유된 L-카르니틴 성분이 지방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다이어트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근섬유 조직이 가늘고 약해 소화가 잘된다고 한다. 다만 성숙한 양고기에서 나는 특유의 노린내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램(lamb)으로 불리는 생후 12개월 미만의 어린 양고기를 많이 쓰는 것도 냄새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서다. 1년6개월 정도의 나이든 양은 머튼(mutton)으로, 12개월~1년6개월 사이는 이얼링 머튼(yearling mutton)으로 불린다.
양고기를 조리할 때 민트(박하)나 로즈메리 등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는 것도 특유의 노린내를 잡기 위해서다. 양꼬치 구이와 함께 먹는 커민(cumin), 중국말로 쯔란(孜然)으로 불리는 향신료는 널리 알려져 있다. 미나리과에 속하는 식물의 씨앗으로 고대 로마 시대에도 고기에 뿌려 먹었다. 터키와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케밥을 만들 때 양고기의 잡내를 잡는 데 필수적으로 쓰인다. 상대적으로 고급인 양갈비 요리에서는 민트젤리나 머스터드 등의 소스가 많이 이용된다.
국내 양고기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한다. 마니아들의 음식에서 대중이 편하게 즐기는 음식으로 바뀐 덕분이다. 2000년대 후반 대학가와 중국동포(조선족) 거주 지역에 들어선 양꼬치 전문점들은 양고기 대중화의 기폭제가 됐다.
주변을 둘러보면 손쉽게 한자 ‘羊肉串’ 간판을 단 양꼬치 가게를 볼 수 있다. 중국어 발음은 ‘양러우촨’이며, 꼬챙이에 꿴 양고기라는 뜻이다. ‘꿸 관’ 또는 ‘꼬챙이 찬’으로 읽히는 串은 한자 모양 자체가 꼬챙이에 꿴 고기 느낌을 준다. 양고기 관련 외식업체만 3년 새 500여 곳에서 3000곳 이상으로 여섯 배가량으로 증가했다. 중국처럼 양고기를 먹는 문화가 보편화할지, 지나가는 유행에 그칠지 관심이다.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