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장관·신학철 화백 공동위원장…첫 안건, 블랙리스트 배제사업 복원
블랙리스트 조사위 공식출범…"배제·차별·감시 없도록 할 것"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사건의 전말을 파악할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31일 오전 11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첫 회의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문체부 공무원 4명과 민간 전문가 17명 등 21명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민중미술가 신학철 화백이 맡았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회의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새 정부의 적폐청산 첫 과제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이라며 "누구나 배제되지 않고, 차별받지 않고, 감시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블랙리스트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까지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학철 공동위원장은 "우리나라는 분단 상황으로 인해 해방 이후 현재까지도 예술가들이 마음 놓고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했다"고 지적한 뒤 "이번 사건을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 예술인들이 공평하고 공정하게 대우받으며 활동하는 여건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는 진상조사, 제도개선, 백서발간 등 3개 분과로 나뉘어 운영된다.

분과별 위원장은 진상조사는 조영선 변호사, 제도개선은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 백서발간은 연극평론가 김미도 씨가 선정됐다.

분과별로 배정된 민간위원 수는 진상조사 11명(중복 참여 포함), 제도개선 11명, 백서발간 4명이다.

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공동위원장과 분과 위원장을 선출하고, 첫 번째 안건으로 블랙리스트로 배제된 사업을 복원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진상조사위원회의 운영 기간은 기본적으로 6개월이나, 필요시 위원회 의결을 거쳐 3개월씩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위원회 전체 회의는 1주일에 한 번씩 개최하고, 분과 회의는 주 1회 이상 열기로 했다.

또 위원회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문체부 안에 공무원 4명과 민간 전문위원 16명으로 이뤄진 별도의 지원팀을 만들기로 했다.
블랙리스트 조사위 공식출범…"배제·차별·감시 없도록 할 것"
도 장관은 지난 27일 사법부의 블랙리스트 관련 1심 판결에 대해 "국민과 예술인들이 불만이 많고, 저도 같은 예술인으로서 이에 공감하는 바가 있다"며 "위원회 활동 기간에 2심 재판이 진행될 텐데,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조영선 변호사는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판결을 문제 삼은 뒤 "부하가 유죄인데 상관이 무죄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조 전 장관이 무죄라면 그는 그림자 장관이었고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고 비판했다.

조 변호사는 진상조사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조사권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감사원 자료를 일차적으로 분석해 누가 블랙리스트에 관여하고 개입했는지 알아낼 것"이라며 "위법자를 찾아 징계하는 것보다는 포괄적이고 행정적으로 이 사건을 규명하겠다는 생각으로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위법하고 부정한 사실이 나온다면 문체부 공무원들도 징계하고 고소·고발하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재 소장은 "블랙리스트 사건을 단순히 예술인 지원배제로 봐서는 안 되고 명백한 국가폭력으로 간주해야 한다"며 "이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뿐만 아니라 문화 행정과 정책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도 장관은 "블랙리스트든, 특정인을 지원하는 화이트리스트든 존재해서는 안 된다"며 "정권의 성격과 이념적 잣대에 따라 예술인 지원이 배제되는 명단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