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의 향기] 동해서 피문어 새벽 공수…해물육수로 6시간 브레이징 후 먹기 좋게 썬 뒤 연어알로 장식…한 입 물면 바다향에 첨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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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재영 서울 포시즌스 총주방장과 동해 피문어
![[호텔의 향기] 동해서 피문어 새벽 공수…해물육수로 6시간 브레이징 후 먹기 좋게 썬 뒤 연어알로 장식…한 입 물면 바다향에 첨벙~](https://img.hankyung.com/photo/201707/AA.14398406.1.jpg)
요리는 손맛이라고들 한다. 이재영 서울 포시즌스 셰프(사진)의 손은 무쇠 솥뚜껑처럼 두꺼웠다. 손톱은 바짝 깎아 반절밖에 안 남았다. 지난 1일 세계적인 호텔체인 포시즌스에서 한국인으로는 첫 총주방장이 된 이 셰프는 말씨도 투박하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그는 “요리사가 된 건 순전히 이 손 덕분”이라고 했다.
경북 경주에서 나고 자란 이 셰프는 군에 입대해 얼떨결에 조리병이 되면서 요리와 처음 연을 쌓았다. ‘솥뚜껑 손’은 조리병 일에 딱이었다. 그는 “무거운 식자재를 척척 나르고, 김치찌개 200인 분을 끓일 때도 바가지로 소금을 푹 퍼서 간을 기가 막히게 맞췄다”며 “적성을 찾았다고 생각해 군에서 한식과 일식 조리자격증을 땄다”고 했다.
![[호텔의 향기] 동해서 피문어 새벽 공수…해물육수로 6시간 브레이징 후 먹기 좋게 썬 뒤 연어알로 장식…한 입 물면 바다향에 첨벙~](https://img.hankyung.com/photo/201707/AA.14397635.1.jpg)
2005년 서울 파크하얏트로 옮긴 뒤엔 업계에서 처음으로 브런치 메뉴를 내놨다. 2~3명이 나눠 먹을 수 있는 미트 플레이트 등의 메뉴를 개발했다. 이 셰프는 “강남에 사는 주부들이 특히 열광했다”며 “‘엄브(엄마들의 브런치)’ 문화가 생겨난 것도 그때부터였다”고 했다. 2007년에는 호텔 최초로 팥빙수를 출시하기도 했다. 두 달 동안 연구해 팥 앙금 비율을 맞췄다. 이후 부산 파크하얏트를 거쳐 2015년 서울 포시즌스에 부총주방장으로 합류했다. 현대적으로 플레이팅한 한식메뉴를 개발해 1층 카페 ‘마루’에 내놨다. 이 셰프는 “개방된 카페에서 깔끔한 한식을 맛볼 수 있어 외국인들이 특히 좋아했다”며 “플레이팅은 파인다이닝처럼 세련되게, 맛은 깊이 있게 내는 게 마루 한식의 특징”이라고 했다.
재료를 육수에서 장시간 뭉근히 익히는 ‘브레이징’ 요리가 이 셰프의 특기다. 그는 마루에서 선보인 동해 피문어 요리를 보여줬다. 동해에서 새벽에 공수해온 피문어를 해물육수에서 6시간 동안 브레이징한 뒤 썰어 낸 음식이다. 그 위에 캐비어, 연어 알 등으로 장식하고, 간장 소스는 젤리로 굳혀 올린다. 오랜 시간 문어를 브레이징하면서 섬유질 사이사이에 해물육수가 촉촉히 베어든다. 입에 넣으면 보드라운 문어살에서 진한 감칠맛이 난다. 그는 “질기고 보잘것없는 재료도 본연의 맛이 깊이 우러나와 일품요리로 다시 태어나는 게 브레이징의 묘미”라며 “끈기 있고 우직한 내 성격과 닮았다”고 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