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는 27일과 28일 이틀간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 간담회에 대해 “새 정부와 대기업 간 거리를 어느 정도 좁힌 것 같다”고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정부가 중국과 미국 관련 통상문제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규제 완화에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란 기대도 있다.

경제계는 우선 문 대통령과 기업인 간 첫 공식 만남에서 격식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주고받은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간담회 직후 “문 대통령의 산업 육성 의지에 감명받았다(권오준 포스코 회장)”, “허심탄회하게 소통한 값진 시간이었다(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겨가며 기업별 경영 현안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 간 상생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확인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이번 간담회를 주선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박 회장은 28일 간담회 직후 대한상의 임직원에게 “예상보다 훨씬 더 속 깊은 대화가 오갔다. 서로 친밀감과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미국의 통상 압력 문제에 정부가 적극 대응하고 나설 것이란 기대도 높아졌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미국의 철강 반덤핑 공세 등에 따른 국내 기업의 어려움이 상세하게 논의됐다”며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규제 완화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한 것도 이번 간담회의 소득으로 꼽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간담회에서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규제 완화를 건의하자, 문 대통령이 이에 공감하는 반응을 보이면서다. 문 대통령은 “규제완화는 나도 공약한 게 있다.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산업용 전기료 인상 등 각종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정부와 기업 간 기본적 소통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속도 조절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대통령과의 간담회가 끝난 뒤 기업들 움직임도 빨라졌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행사 직후 본부장급 이상 임원 8명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간담회 내용을 공유했다. 금춘수 한화 부회장은 상시업무직 85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곧바로 내놨다. 일부 다른 기업들도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 및 상생 정책에 호응하는 추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