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야구·피자…기업인들에 맞춤형 질문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금춘수 한화 부회장에 "태양광 한국서는 힘들지 않나"
금 부회장 "규제 완화해주시면"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 "요즘 갓뚜기로 불린다면서요"
함 회장 "굉장히 부담스럽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상춘재 앞마당에서 열린 호프미팅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에게 다가가 “양궁협회장을 오랫동안 해오셨죠. 지난 올림픽 때는 전 종목 금메달을 땄는데 다음 올림픽 때도 자신 있느냐”고 하자, 정 부회장은 “남녀 혼성 메달이 하나 더 늘었다.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요즘 중국 때문에 자동차가 고전하는 것 같은데 좀 어떠냐”고 물었고, 정 부회장은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기술을 개발하고 기회를 살려서 도약하려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박정원 두산 회장에게는 “야구 선수를 좀 하셨다고 하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박 회장이 “그건 아니고 동호회에서 좀 했다”고 답하자, 문 대통령은 “저도 동네 야구는 좀 했다”고 웃어넘겼다.
문 대통령은 금춘수 한화 부회장에게 “한화가 요즘 태양광 신재생에너지에 역점을 많이 두고 있다”고 하자, 금 부회장은 “전에는 고전했는데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지원을 해주고 있어 힘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태양광 사업과 관련해 “한국 자연조건이 안 되는 것은 아닌가”라고 묻자, 금 부회장은 “입지 조건을 좀 완화해주시면…”이라고 정부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자리를 옮겨 구본준 LG 부회장을 보자마자 “피자 CEO(최고경영자)라는 별명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구 부회장이 직원 격려 차원에서 피자를 돌리면서 얻은 별명을 언급한 것이다. 구 부회장은 “세계 법인에 피자를 보냈는데 그 마을에 있는 피자가 다 동난다. 공장 같은 데는 몇천 명이 있으니 이틀 전부터 만들어서 보내야 한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직원 단합과 사기를 높이는 효과가 있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손경식 CJ 회장에게는 “정말로 정정하게 현역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계셔서 아주 보기도 좋고, 오늘과 내일 만나는 경제계 인사 가운데서도 가장 어른”이라며 “경제계에서 맏형 역할을 잘 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의 대화에서는 미국의 철강제품에 대한 반(反)덤핑 관세 부과가 화제가 됐다. 문 대통령이 “미국 쪽 수출 물량이 제일 많았을 텐데 괜찮으냐”고 묻자, 권 회장은 “미국에 130만t 정도 보내는데 직접 수출하는 것과 2차 가공해 가는 것이 거의 비슷한 양이다. 2차 가공해서 가는 것은 수출 덤핑률이 그리 높지 않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재계 서열 15위 안에 들지 못하지만 상생협력 우수 중견기업으로 추천받아 이날 참석한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함 회장에게 “고용도 그렇고 상속을 통한 경영승계, 사회적 공헌도 그렇고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갓뚜기(God+오뚜기)’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 같다. 젊은 사람이 아주 선망하는 기업이 된 것 같다”고 치하했다. 이에 함 회장은 “대단히 송구하다. 굉장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도 국민의 성원이 가장 큰 힘이니까 앞으로 잘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는 최근 경기 회복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신세계 대표님, 요즘 어떠신가”라고 묻자, 정 부회장은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매출이 살고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곁에 있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중국 경제보복의 영향을 묻자 “저희는 중국 의존도가 높지 않아 염려 없다. 다만 경쟁사는 높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가 “롯데가 제일…”이라고 덧붙이자, 문 대통령은 “그 부분 완화됐나, 요지부동인가, 관광객은 더 준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28일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과 두 번째 기업인 간담회를 연다.
손성태/조미현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