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뱅크에 이어 두 번째 인터넷은행인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이 어제 영업을 시작했다. 금융 혁신의 ‘메기’ 역할을 맡은 인터넷은행이 경쟁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K뱅크뿐 아니라 카카오뱅크는 하루 24시간, 1년 365일 계속되는 금융서비스와 더 높은 예금금리,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금리를 앞세운 전략을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카카오뱅크는 영업 첫날 시간당 1만 개 안팎의 고객계좌를 유치하며 성공적인 출범을 알렸다는 평가다.

인터넷은행이 은행 간 경쟁을 부르면서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얼마 전까지 기존 인터넷뱅킹 서비스와 별반 다를 것 없다던 시중은행들이 소비자에게 ‘더 편리하고 유리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공인인증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금융거래를 늘렸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해외 송금서비스를 인터넷은행 수준으로 강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의 메기 역할이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은산(銀産)분리 규제로 인해 경영권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서다. 소유지배구조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서 인터넷은행이 ‘또 다른 주인 없는’ 은행이 될 처지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를 10%(의결권은 4%)로 제한한 은산분리 규정은 K뱅크 설립을 주도한 KT와 카카오뱅크 출범을 이끈 카카오의 경영권 행사를 제약하고 있다.

최근 K뱅크가 직장인 신용대출을 중단한 것도 KT 주도의 자본 확충을 어렵게 하는 은산분리 규제에 발목이 잡혀서다. KT로서는 증자를 하고 싶어도 법적 제약이 있는 마당에 섣불리 나서기 어려운 구조다. 카카오뱅크는 필요하면 주주 협의를 거쳐 증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긴 했다. 그러나 법적 장벽이 제거되지 않으면 불확실성이 잔존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법 개정안이 여러 건 제출돼 있다. 하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야당 시절 부작용을 우려하며 법 개정에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된 뒤에도 논의를 제대로 않고 있다. 정치권이 달라지지 않으면 인터넷은행의 메기 역할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