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가 자동차 등 주력 수출 기업에 타격을 주면서 전체 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분기 성장률(0.6%)이 1분기(1.1%) 대비 반 토막 난 결과를 받아든 정부도 머쓱해졌다. 불과 이틀 전 연간 성장률 목표치를 2.6%에서 3.0%로 올리자마자 부진한 성적표가 나와서다.

2분기 성장률이 주춤해지면서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3% 달성도 불확실해졌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상반기에 2.8% 성장했다. 한국은행은 하반기에 3.1% 이상 성장해야 연간 성장률이 3%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0.8% 이상 성장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짠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에 3% 달성 여부가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선 “추경에 기대 3% 성장을 이룬다 하더라도 재정에 의존한 ‘반짝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성장의 ‘핵심 축’ 수출 꺾여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2분기 성장 내용을 뜯어보면 하반기 경기를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요소가 적지 않다. 일단 지난해 11월부터 꾸준히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내온 수출이 꺾였다. 2분기 수출은 1분기 대비 3% 감소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4.3%) 이후 8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에 비해서도 0.1%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호조를 보였지만 운송장비와 석유·화학제품 등이 줄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 내 국산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완성차와 부품 수출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유커(중국인 관광객) 감소도 서비스 부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수출과 함께 경기를 이끌었던 건설 투자도 그리 좋지 않다. 해외 수주가 급감하고 있는 데다 국내 주택 신규 수주 전망도 밝지 않다. 1분기 6.8% 증가한 건설투자는 2분기엔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반기에도 둔화를 점치는 시각이 많다.

◆소비 불씨는 살아나

민간소비가 살아난 건 그나마 긍정적이다. 부진한 민간소비는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줄곧 지목됐다. 2분기 민간소비는 0.9% 증가했다. 2015년 4분기(1.5%) 이후 6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호조세가 꺾인 수출을 대신해 2분기 성장을 주도했다. 새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로 경제주체들의 소비심리가 개선된 덕분이다. 의류·신발 등 준내구재 소비는 줄었지만 가전제품 등 내구재 소비가 늘었다. 하지만 정부 정책 효과 기대감은 ‘양날의 칼’이다. 정책 효과가 좀체 나타나지 않아 기대감이 꺾일 경우 오히려 소비를 짓누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숫자 집착 말고 구조개혁부터”

정부는 올해 3%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한은이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2.8%에 추경 효과 0.2%포인트를 더해서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11조원 규모의 추경 집행 속도와 파급 효과가 3% 성장률 달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녹록지는 않다. 하반기에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갈지 미지수다. 136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탓에 내수가 빠르게 회복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일각에선 추경이 공공 일자리 창출에 집중돼 있는 만큼 성장률 제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한은도 내부적으로 추경 효과를 정부 예상치보다 낮은 0.1%포인트 안팎으로 추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차기 한국경제학회장)는 “3%라는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사회·경제적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며 “마땅한 재원 조달 방법 없이 세금과 국채 발행에만 의존한다면 몇 년 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