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방 이후 ‘왜색(倭色) 척결’ 차원에서 일본 대중문화가 금지됐다. 그러나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에도 그 양상은 복잡하게 전개됐다. 일본 문화가 한국의 높은 장벽을 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정식 수입된 일제 라디오에서 일본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은 금지됐지만, 그 곡이 수록된 음반은 밀수돼 레코드 가게에서 버젓이 판매됐다. 이후 1970년대 TV의 보편적 보급, 카세트테이프 등 복제 미디어의 보급은 일본 TV 프로와 대중음악의 인기가 치솟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저자는 “아무리 바깥의 존재를 ‘위험하고 불결한 것’으로 규정하고 공고한 방어 장치를 작동시켜도, 어느새 뒤섞여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것들과 만나게 되는 과정이야말로 문화이며, 삶의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글항아리, 260쪽, 1만50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