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에도 연수단 일부 일정 소화…의회 "귀국 준비 중" 변명 급급
문제 의원들 윤리위 회부 불투명…"누가 누굴 징계하겠나" 회의론

사상 최악의 물난리 속 외유성 유럽연수를 강행해 물의를 빚은 충북도의원들에 대한 도의회의 소극적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물난리 외유' 귀국하랬더니 마르세유로…도의회 징계 눈치만
의장단이 나서 공식 사과했지만 징계에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프랑스 현지에 머물던 연수단이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는데도 도의회는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 준비 중"이라며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위해 급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자유한국당은 소속 도의원들을 '제명'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최병윤(음성1) 도의원이 스스로 의원직을 버린 것과 대조를 이루면서 성난 민심에 대한 인식이 안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해외연수가 김양희 의장을 비롯한 도의회 지도부의 용인 속에 이뤄진 터라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인 만큼 엄중한 징계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동안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도의원들에게 면죄부를 줬던 관행대로 이번에도 여론이 수그러들기를 기다려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제가 된 도의원들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면서 이런 소극적인 자세가 자칫 도의회 전체에 대한 여론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번 해외연수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최병윤(음성1) 의원은 지난 25일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물난리 외유' 귀국하랬더니 마르세유로…도의회 징계 눈치만
그는 이날 열린 민주당 충북도당의 윤리심판원 전체 회의에 출석해 "수해를 당한 주민의 아픔을 챙기지 못할망정, 유럽연수를 떠나 도민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겼다"며 "의원직 사퇴로 도민에게 용서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앞서 지난 24일 최고위원회를 열어 김학철(충주1)·박봉순(청주8)·박한범(음성1) 의원 등 3명의 제명을 확정했다.

제명은 당의 최고수위 징계다.

최 의원의 자진사퇴와 한국당 속전속결 징계와 달리 도의회는 상당히 미온적이다.

거센 비판 여론에 지난 24일 김양희 도의회 의장 등 지도부가 기자회견을 해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징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해외연수는 의장이 결재해 예산을 집행한 도의회 공식행사였다.

지난 17일 수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달라는 도의원 전체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도, 이튿날 의원 4명이 유럽으로 떠나는 것을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도의회가 외유성 해외연수를 사실상 용인한 셈이다.

도의회의 부적절한 대처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김양희 도의장은 연수단이 출국한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유럽 현지에 도착한 의원들에게 지역 분위기를 전했고, 의원들도 이번 연수가 부적절했다는 점에 동의해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물난리 외유' 귀국하랬더니 마르세유로…도의회 징계 눈치만
하지만 실제 연수단은 귀국 종용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파리에서 카르카손과 마르세유로 이동, 일부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김학철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의 위치 정보가 '프랑스 마르세유'로 뜨면서 드러났다.

도의회 관계자는 "파리에 머물려면 예정에 없던 숙소를 구해야 해 추가 비용이 들고, 일정 취소에 따른 위약금도 물어야 해 어쩔 수 없이 일부 일정을 소화할 수밖에 없었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그러나 이유를 막론하고 도의회가 사태 수습보다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4일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김 의장과 김인수·엄재창 부의장은 "재난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연수는 어떤 사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사과했지만 "행정문화위원회 소관 업무에 문화와 관광이 포함돼 있다"며 "(이번 연수가) 외유성이라고 무조건 비난받는 것은 너무 가혹한 면이 있다"고 두둔했다.

문제 의원들에 대한 윤리위 회부 역시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김 의장은 논란의 중심에 선 김 의원을 두고 "정치인으로서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인 당 제명 결정을 받았고, 스스로 행정문화위원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며 "윤리위 회부 등은 시간을 두고 모든 의원이 논의해 결정할 문제"라고 즉답을 피했다.

고개를 숙였지만, 징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은 없었다.

문제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해온 시민단체들이 '제 식구 감싸기'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도의회는 지금껏 논란이 된 도의원들을 징계한 적이 없다.
'물난리 외유' 귀국하랬더니 마르세유로…도의회 징계 눈치만
김 의원이 지난 2월 태극기 집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을 겨냥해 '미친개'라고 한 발언이 문제가 돼 윤리위에 회부됐으나 징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박한범 의원 역시 2년 전 술자리에서 공무원에게 술병을 던졌다가 윤리위에 회부했지만, 역시 '없던 일'로 마무리됐다.

김 의원의 위원장직 자진사퇴 의사를 부각하고 제명 처분을 '사형 선고'에 비유, 이미 혹독한 처벌을 받았음을 강조한 것에서 종전의 관행을 따르려는 도의회의 속내가 읽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시민단체들은 최 의원의 자진사퇴를 계기로 나머지 의원 3명에 대한 퇴진운동의 수위를 더욱 높여갈 태세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관계자는 "물난리에 외유성 해외연수를 하고 망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도의원들은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도 연대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논란이 되풀이되는 외유성 해외연수 개선책을 내놓고 문제 의원들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제명하라"고 요구했다.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jeon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