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 TV 예능 출연 '러시'
정치인들이 TV 예능프로그램에 잇달아 출연하고 있다. 뉴스나 토론 등 시사 프로그램을 뛰어넘어 연예인의 전유물이었던 예능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25일 방영된 KBS ‘냄비받침’에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등장했다. 방송인 겸 개그맨 이경규 씨가 대담 형식으로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홍 대표 출연 전부터 두 사람의 비슷한 외모와 캐릭터 때문에 화제를 모았다. 홍 대표도 오래전부터 이 프로그램의 출연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지난 21일 사전 녹화일에 다른 일정을 일절 잡지 않고 이 프로그램 녹화에 집중했다.

홍 대표는 방송에서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여야 대표 오찬회동에 불참한 것에 대해 “(일부러) 회담 시간에 맞춰 (충북 청주 수해 복구) 봉사 활동을 간 것”이라고 말하는 등 공개 석상에서 내놓지 않았던 발언들을 여과 없이 풀어냈다. 홍 대표뿐 아니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6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거쳐갔다. 민주당 대권주자였던 이재명 성남시장도 SBS의 ‘동상이몽 2-너는 내운명’에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출연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은 지난 5월 대선을 거치면서 두드러졌다.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되고 인지도를 쌓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까닭에 까다로운 질문이 쏟아지는 언론 인터뷰 대신 예능 출연을 선호하는 정치인이 부쩍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예능은 재미와 감성을 목적으로 한다”며 “‘정치의 감성화’를 불러오고,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