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소나타에 경외감 느껴…이제 연주할 수 있는 용기 생겼죠"
“슈베르트가 후기 소나타 20번과 21번을 작곡하지 않았다면 베토벤, 브람스와 같은 작곡가 반열에 들지 못했을 겁니다. 그를 새로운 경지에 다다를 수 있게 한 작품들을 이번 앨범에 담았어요.”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1·사진)이 오는 9월8일 25년 만에 솔로 레코딩 앨범(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0, 21번)을 전 세계 동시 발매한다. 지메르만은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슈베르트의 소나타 작품에 경의를 품어왔지만 동시에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낀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침내 연주할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도이치그라모폰 레이블로 발매된다. 슈베르트 앨범으로는 8개의 즉흥곡을 담은 1991년 앨범 이후 처음이다. 폴란드 출신의 지메르만은 ‘현대의 쇼팽’이란 별명으로 유명하다. 1975년 열아홉 살의 나이에 제9회 쇼팽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쇼팽의 조국 폴란드가 낳은 세 번째 우승자였다. 이후에도 절묘한 섬세함과 시적인 표현력으로 세계 음악계에 이름을 알렸다.

지메르만은 완벽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완성도 높은 연주를 위해 연간 연주 횟수를 마스터 클래스 포함, 50회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25년 만에 솔로 앨범을 낸 것도 이와 관련 있다.

“녹음 후 1주일만 지나도 좀 더 다르게 녹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음반 전체를 다시 들어보는 건 언제나 고통스러운 일이죠.”

미국 스타인웨이사의 피아노가 존재하기 이전에 탄생한 작품을 연주할 땐 직접 자신의 피아노를 갖고 다니며 연주한다.

“당대 악기와 현대 스타인웨이 악기로 연주할 때 완전히 다르게 들리거든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1번 마지막 악장은 페달을 거의 60마디 동안 밟도록 돼 있는데요. 당시 악기로는 소리가 번지지 않았지만 지금 악기로 그렇게 하면 3초만 지나도 소리가 크게 울려버립니다.”

내한 공연은 미정이다. 그는 2003년 한국 무대에 올랐다. 2014년 내한이 예정돼 있었으나 개인 사정으로 취소됐다. 구체적인 내한 일정에 대해선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