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열린 한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에서 예비 창업자들이 상담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부들은 '가맹비 50% 할인' '상담 시 가맹비 무료' 등의 광고를 내걸고 있다. 한경DB
서울에서 열린 한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에서 예비 창업자들이 상담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부들은 '가맹비 50% 할인' '상담 시 가맹비 무료' 등의 광고를 내걸고 있다. 한경DB
평균 사업기간 4년8개월. 해마다 폐업률이 역대 최대로 치솟는 곳. '커피왕'으로 불렸던 강훈(49)에게도 그곳은 무덤이었다.

'할리스커피', '카페베네' 등 커피전문점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키우며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의 1세대 '커피왕'으로 불렸던 강훈 KH컴퍼니 대표(49)가 사망한 배경에는 내실보단 외형확장에만 주력할 수밖에 없는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고질적인 병폐가 고스란히 들어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맹본부의 평균 가맹사업 기간은 4년8개월이다.

사업을 시작한지 5년도 안돼서 접는다는 얘기다. 10년 이상 브랜드를 유지한 경우는 전체의 12.6%, 20년 이상 브랜드를 유지한 경우는 전체의 1% 미만에 불과했다. 전체의 67.5%의 브랜드가 생긴 지 5년 미만이었다.

커피브랜드를 잇따라 성공시킨 뒤 '남들이 할 수 없는 음료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다짐한 강훈 대표도 2011년 '망고식스'라는 브랜드를 선보인지 6년여 만에 재정난을 이유로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그동안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은 양적 팽창에만 매달려 질적인 발전에는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브랜드와 메뉴를 발전시키고 개발하기보단 특정 아이템이 인기를 끌면 급속도로 매장 수를 늘려 물류비로 수익구조를 삼는 관행이 번진 탓이다.

2015년 말부터 유행한 저가 생과일주스와 지난해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대만식 카스테라가 대표적인 예다.

특히 대만식 카스테라는 지난해 유행을 타면서 가맹본부 수가 120개(업계 추정치)까지 치솟았으나 1년 만에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공정위에 등록돼 있는 가맹본부수도 16개에 불과하다.

이 같은 시장의 특성은 해마다 폐업률이 치솟는 데 일조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프랜차이즈 평균 폐점률은 12.0%로 전년 10.9%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역대 최고치다. 반면 평균 개점률은 20.9%로 전년의 25.6%보다 4.7%포인트 줄었다.

2015년 한 해에만 폐점한 프랜차이즈 매장 수는 1만3241개로 2014년 1만1158개보다 18.7% 증가했다. 하루에 36곳의 매장이 문을 닫은 셈이다. 업종별로는 한식이 2805개로 가장 많았고 커피업종도 가장 많이 문을 닫은 상위 5곳 안에(4위) 포함됐다.

'망고식스'라는 차별화된 음료전문점으로 사업을 하던 강훈 대표는 본업이 정체기에 들어서자 저가주스라는 트렌드 아이템에 손을 뻗쳤지만 곧 위기를 맞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H컴퍼니(망고식스 법인)의 2014년 매출액은 281억원, 영업이익은 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배가량 뛴 수준이었다.

하지만 '커피식스'(2014년), '쥬스식스'(2015년) 브랜드를 론칭한 뒤부터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2015년 매출액은 오히려 194억원으로 떨어졌고 영업손실이 1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이 106억원까지 내려왔고 이는 2013년 270억원에 비해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망고식스 가맹점 수가 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새 브랜드에 투자한 결과다. 2014년 161개였던 망고식스 매장 수는 현재 100개 정도로 줄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매장수를 늘려 물류수익을 확보한 뒤, 다시 그 돈으로 또 다른 브랜드를 론칭해 단기 수익만을 노리는 '부동산개발식' 사업운영이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며 "메뉴 개발에 투자해 장기간 운영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정동 /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