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단일 회계기준을 제정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새로운 국제 보험회계기준 IFRS17의 실무 해석을 담당할 전문가 선발에 들어가면서 국내 회계 및 보험업계가 ‘한국위원’ 선출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IFRS17의 세부 기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국내 보험업계 부채 규모가 수십조원가량 변동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들과 손해보험사들은 IFRS17 실무 적용 방안을 논의할 TRG(Transitional Resource Group) 위원으로 각각 박정혁 삼성생명 수석과 권재현 메리츠화재 차장을 내세웠다. TRG는 IASB의 IFRS17 해석에 관한 모든 논의를 진행하는 기구다. TRG 논의에서 결정된 내용은 IFRS17 실무 적용 방침이 된다.

IASB는 이달 말까지 각국으로부터 TRG 위원 후보를 공모받은 뒤 다음달 말 13명을 선임한다. 9명은 대륙별 배정 원칙에 따라 세계 보험사 임직원 중 유럽 2명, 아시아 2명, 북·남미 2명, 기타 지역 3명을 뽑을 계획이다. 나머지 4명은 딜로이트, PwC, KPMG, EY 등 글로벌 4대 회계법인에서 선정한다.

한국은 아시아에 배정된 두 장의 티켓을 놓고 중국, 일본과 경쟁하고 있다. 한국은 보험 계약이 복잡하고 새 국제회계기준과 실무 관행의 차이가 커 IFRS17 도입이 보험 경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예를 들어 갱신형 보험상품의 회계처리 기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조원의 보험사 부채가 변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IASB와 소통할 수 있는 TRG 위원 배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장과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도 지난 7일 런던에서 열린 회계기준포럼에서 한스 후거보스트 IASB 위원장을 만나 한국 후보자 지지를 요청한 바 있다.

한국 후보 중에서는 전·현직 회계기준원장이 추천한 박 수석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 박 수석은 회계기준원의 IFRS17 도입 프로젝트 총괄 리더를 맡고 있고,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회계기준제정기구(AOSSG)’의 보험 실무그룹 리더 역할도 했다. 권 차장도 국내 손해보험업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토대로 지지세력을 넓혀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순신/이지훈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