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문제들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에서 풀었죠"
휴대폰 개발 엔지니어인 변휘섭 LG전자 책임연구원(40·왼쪽)은 수년 전부터 고민해오던 숙제가 있었다. 떨어뜨려도 잘 깨지지 않는 휴대폰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는 것.

변 연구원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곳은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공전원)이었다. 그는 2016년 3월 국내 첫 ‘공학 MBA’로 개교한 이곳에 1기 신입생으로 등록했다. 논문 없이 엔지니어링 현장의 난제를 푸는 산학 프로젝트만으로도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그는 지도교수인 안성훈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를 비롯해 서은석 공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규환 서울대 산학협력중점교수(현 S&T중공업 대표) 등 자문단과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섰다.

1년여 공동 연구를 거쳐 변 연구원은 마침내 휴대폰 설계 초기 단계에서 간단한 공식만으로 액정 파손 여부를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단 몇십 초 만에 95% 이상 정확도로 설계 결함 여부를 판별해낼 수 있었다. LG전자 기구설계팀 이재욱 연구위원은 “변 연구원의 성을 따 ‘변의 공식’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우수한 연구 성과”라며 현장 실무에 곧바로 적용했다.

안 교수는 “실제 휴대폰을 설계하던 현장 엔지니어의 노하우가 있었기에 이론 단계에 머물던 연구가 기업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기술로 재탄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대 공전원에서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찾은 벤처 사업가도 있다. 김정호 하닉스 대표(36·오른쪽)는 2012년 자동차 측정장비 전문 업체인 하닉스를 창업해 5년 만에 매출 100억원 규모의 중견 기업으로 키워냈다. 공전원 1기로 입학한 그는 자율주행차에 적합한 점검 제어 장치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주력했다. 그는 “그동안 갖고 있던 지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공전원은 엔지니어링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을 선별해 습득하고 곧바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했다.

서울대 공전원은 오는 10월부터 내년도 3기 신입생(정원 80명)을 선발하는 전형을 시작할 예정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