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도 포함 안된 은산분리
2금융권 대주주 심사 등 공약에 없던 규제도 생겨
비소구대출 민간 확대로 도덕적 해이 만연 우려도
금융분야 국정개혁과제 중 눈에 띄는 대목은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규제 완화가 빠졌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공약을 통해 ‘현행법상 자격요건을 갖춘 사업자가 인터넷전문은행업에 자유롭게 진입할 환경을 갖추겠다’고 약속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은산분리 규제를 예외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최대 10%(의결권 지분한도는 4%)까지만 보유하도록 제한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국정개혁과제에 한 줄도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당 내부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며 “일부 의원이 KT가 주도하는 K뱅크 인가 과정을 문제 삼으면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K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두 은행을 주도하는 KT와 카카오는 당분간 경영권 지분 확보가 불가능하게 됐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려는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부담 커지는 카드·보험
정부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2019년 인하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카드업계는 폭발 일보직전이다. 지난해 3월 카드 수수료를 0.2~0.7%포인트 낮췄고, 8월부터 영세가맹점 범위 확대로 사실상 수수료를 추가 인하한 데 이어 또다시 수수료를 내리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분위기다.
보험업계는 ‘특수고용직도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한다’는 국정개혁과제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금은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는 40여만 명의 보험설계사도 근로자로 인정해 고용보험을 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주요 보험사들은 인건비 부담이 급증할 것에 대비해 설계사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권은 비소구대출을 2019년부터 민간 은행으로 확대한다는 정부 방침에 난감해하는 눈치다. 비소구대출은 대출금을 연체하더라도 담보로 잡힌 집값만큼만 갚는 제도로, 지금은 디딤돌대출 등 일부 정책금융상품으로만 시행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값 하락이 예상되는데도 무리하게 대출받은 뒤 아파트만 반납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약에 없던 규제도 신설
정부는 대통령 공약에 없던 규제도 국정개혁과제에 추가했다. 당장 내년부터 2금융권 최대주주에 대한 적격성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적격성심사는 보험, 증권, 카드 등 금융회사 대주주가 금융 관련 법률을 위반했을 때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거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제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적격성 심사 대상을 대주주 외에 특수관계인으로 넓히고, 위반 법률의 범위에 금융관련법 외에 배임 횡령 등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삼성 한화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오너 일가의 금융계열사 장악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금융회사의 고액 성과급 지급 관행을 올해 안에 손보겠다는 방침도 확정했다. 단기 경영성과를 토대로 최고경영자(CEO)에게 막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걸 제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태명/박신영/안상미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