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향후 5년간 추진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어제 내놨다.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란 국가비전 아래 5대 국정목표 및 20대 전략, 100대 국정과제, 4대 복합·혁신과제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 두 달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01개 대선공약과 892개 세부공약을 꼼꼼히 검토하고, ‘광화문1번가’에 접수된 국민제안 99건 및 당면 국정현안 등을 반영해 마련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말마따나 ‘정책의 설계도이자 나침반’인 셈이다.

상세 정책방향을 명시한 100대 국정과제와 487개 실천과제가 관심을 모은다. 국민주권, 경제민주주의, 복지국가, 균형발전, 한반도 평화번영 등 5개 분야로 나눠 구체 과제를 담았다. 공약인 적폐 청산,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군병력 50만 명 유지 등부터 탈(脫)원전, 일자리 확충, 재벌 개혁 등까지 총망라했다. 예측 가능성을 높인 점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실행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 같다. 100대 과제 중 법률 제·개정이 필요한 게 91개(실천과제 중에선 279개)에 이른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추경안 통과도 버거운데, 사안마다 논란이 예상되는 법안들이 쉽사리 통과될지 의문이다. 재원 178조원 마련 계획이 너무 장밋빛이란 지적도 나온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시장원리에 역행할 때는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낳는다. 골목상권 문제는 도시민의 라이프스타일로 정착된 복합쇼핑몰을 대형마트 수준으로 규제한다고 해소되지 않는다. 지금도 까다로운 해고요건을 더 강화하면 경제 활력을 위한 구조개혁과 청년 신규 일자리는 더욱 요원해진다. 사회적 약자를 지켜주겠다는 ‘을지로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격상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의 진짜 ‘갑’인 귀족노조, 공공기관 등의 개혁도 절실하다. 통신비 인하, 이자상한선 인하, 등록금 규제 등의 가격통제가 가져올 후유증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최근 탈원전 논란에서 보듯이 정부가 합리적 비판도 외면하고 시장과 싸우겠다는 듯한 자세로 일관한다면 100대 국정과제는 빛보다 그늘이 더 짙어질 수도 있다. ‘일자리 정부’로 성공하려면 ‘시장과의 전쟁’을 삼가야 할 것이다. 세계 어디에서도 시장을 이긴 정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