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저명한 지진 전문가가 미국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아 ‘자금 세탁’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평결을 받았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미 연방검찰은 지헌철 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 지진연구센터장이 100만달러(약 11억2000만원)의 뇌물을 받아 자금 세탁한 혐의에 대해 유죄평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 전 센터장은 지질자원연구원 고위직 재직 시 한국에서 지질 관련 사업을 하는 미 캘리포니아주와 영국 소재 기업 등 두 곳으로부터 돈을 받고 내부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왔다.

미 검찰에 따르면 그는 뇌물 자금을 현금으로 보내거나 캘리포니아주 글렌도라에 있는 은행에 입금하도록 했다. 이 중 절반은 뉴욕시 투자은행 계좌로 이체했고, 나머지 절반은 한국 펀드에 입금했다.

미 검찰은 그가 뇌물을 감추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쳤으며, 제공 회사 측에 이메일을 지우도록 하거나 거짓 주소로 가짜 송장을 보내도록 하는 등 다양한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 전 센터장은 본인의 혐의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열린 지구물리학연합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을 갔다가 억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