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멘탈 코치가 진짜 폭탄처리반 출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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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프로골퍼 상당수가 멘탈 코치를 따로 두는 것도 그래서다.타이거 우즈(미국)는 전성기 시절 매년 멘탈 코칭을 받는 데 100만달러 안팎의 돈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커리어그랜드슬램과 올림픽 골프 금메달을 모두 거머쥔 박인비(29·KB금융그룹)도 스포츠심리 상담 전문가로부터 중압감을 이겨내는 심리 제어 훈련을 수시로 받는다.물론 이들의 심리상담 및 훈련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상담 내용에 선수들을 괴롭히는 사적 고민들까지 포함돼 있기도 하지만,코칭 기법 자체가 일종의 지적재산권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응원군격인 멘탈 코치들은 대다수가 스포츠심리 전문가들이다.하지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신흥 강자 존 람(스페인)의 멘탈 코치는 독특한 전직을 갖고 있다.바로 ‘폭탄해체(bomb disposal)’ 전문가다. 조세바 델 카르멘이란 이름의 이 코치는 2014년부터 람의 ‘발작성 흥분’증세 문제를 집중 상담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델 카르멘의 ‘지적재산’은 극단적인 공포와 흥분,불안감을 다스리는 법이다.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초긴장 상황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게 폭탄해체 전문가의 직업 특성. 본능적인 심리적 동요를 가라앉혀 완벽하게 폭탄을 처리해야 생존과 임무완수라는 두 개의 목적 달성이 가능하다.덕분에 분노조절장애를 겪던 람은 미국 대학생 골프 대회에서 9회나 우승컵을 들어올린 천재로 거듭날 수 있었다는 게 미국 골프계의 분석이다.
최근에도 이 전직 폭탄해체전문가의 역할은 빛을 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람이 지난달 US오픈에서 또 다시 폭발했기 때문이다.람은 경기가 잘 안풀리자 동반자들이 보는 와중에 클럽과 벙커 정리기구를 던지거나 안내판을 주먹으로 쳤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람은 결국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셨다.예전의 증세가 도진 람은 곧장 델 카르멘에게 SOS를 쳤다.델 카르멘은 그에게 ‘바꿀 수 없는 지나간 과거’를 지우고 ‘콘트롤 할 수 있는 현재’에 집중하라는 조언과 함께 ‘특별한 호흡법’을 가르쳐 준 것으로 알려졌다.람은 이후 출전한 유럽프로골프투어 아이리시오픈에서 2위를 6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차지했다.람은 우승 직후 “델 카르멘과 화를 억제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얘기하고 실천했다”며“놀랍게도 그것이 먹혔고,앞으로도 그런 기법을 계속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폭탄해체 전문가와 분노조절장애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람이 환상의 궁합을 만들어낸 셈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