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30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제전악-장미의 잔상’.
오는 28~30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제전악-장미의 잔상’.
지난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에 있는 ‘N Studio’. 세 명의 무용수가 북 앞에서 두 팔을 교차하며 리드미컬하게 북을 두드리는 오고무(五鼓舞)를 췄다. 연습실 한쪽에서 남녀 무용수가 팔을 펼치며 날아오듯 등장했다. 각자 한 팔을 뻗어 서로의 손을 꽉 잡고 다른 쪽 팔은 하늘을 향해 찌르듯 폈다. 이들은 잡은 손에 의지해 한쪽 발만 땅에 디딘 채 몸을 바깥쪽으로 한껏 늘어뜨렸다.

여성 무용수가 구심력에 당기듯 두 바퀴를 휘리릭 돌아 남자 무용수 곁에 다가갔다. 남자 무용수는 여자 무용수의 허리와 한쪽 다리를 잡아 들어올린 뒤 회오리치듯 한 바퀴를 돌았다. 남자 무용수가 자세를 낮추며 두 팔을 뻗어 십자가처럼 버티고 서면 여성이 내려앉듯 기댔다가 바람에 날아가는 천처럼 홀연히 돌아 멀어지기도 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오는 28~30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선보일 ‘제전악(祭典樂)-장미의 잔상’의 한 대목이다. ‘제전악’이란 말 그대로 제사 의식을 음악과 춤으로 표현하는 공연이다. 지난해 12월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을 맡은 안무가 안성수가 부임 후 처음 올리는 신작이다. 안 감독은 “제전이란 죽은 이를 위한 제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벌이는 흥겨운 축제”라며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압축되고 정제된 방식으로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의 키워드는 ‘혼합’이다. 단군 신화와 서동요 속 사랑 이야기부터 뉴질랜드 마오리족 전사들이 전쟁에 나가기 전 추는 하카 춤, 스페인의 격렬한 플라멩코 등에 이르기까지 고대 한국과 서구 문화, 사람과 자연, 과거와 현재의 혼합이 춤 속에 녹아들었다. 움직임은 발레와 한국무용, 서양무용 등을 구분하지 않고 동작 하나하나를 떼어 펼쳐놓고 다시 조합하는 해체와 조립을 통해 만들었다. 15명의 무용수는 때로는 부족국가 시대의 의식을 재현하는 전사로, 무녀(巫女)로, 광대로, 사랑을 나누는 남녀 등으로 춤추며 제전을 펼친다.

남녀 무용수의 듀엣이 두드러진다. 앨빈 에일리 아메리칸 댄스와 모믹스 무용단에서 활동한 무용수 성창용과 뉴욕 시더레이크 댄스 컨템퍼러리 발레 단원으로 Mnet 예능 프로그램 ‘댄싱 9’에서 대중에 이름을 알린 무용수 최수진이 호흡을 맞춰 섬세하고 에너지 넘치는 듀엣을 선보인다.

오고무도 볼거리다. 허리를 젖힌 채 머리 위로 북을 치며 한 바퀴를 도는 등 오고무 특유의 아름다운 움직임에 더해 북을 치며 뒤로 발차기를 하는 등 과격하고 파격적인 춤사위를 펼친다. 진양장단과 중모리장단 등 전통 오고무에서 잘 사용되지 않던 장단을 들여오고 북가락을 변형한 춤 동작과 호흡도 보여준다.

곡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출신 작곡가 라예송이 ‘제전악’ 공연을 위해 창작했다. 안 감독은 “천의 씨실과 날실처럼 꼼꼼하게 짜맞춘 음악과 춤이 아름다운 볼거리와 들을거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