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2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개최를 요구한 것을 놓고 재협상과 개정·수정협상 등 여러 용어가 뒤섞여 사용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한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재협상(renegotiation)’이란 용어 대신 ‘개정(amendment)’과 ‘수정(modification)’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은 13일 “FTA 협정문상 공식 용어는 개정과 수정이며 재협상이라는 말은 없는 단어”라고 말했다. 재협상이라는 말은 일반인이나 언론 등에서 계속 써온 단어이긴 하지만 협정문상의 정확한 용어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에 미국이 재협상이란 단어를 쓰지 않은 이유를 놓고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미국 측의 포석이란 해석도 있다. 전면 재협상을 시도했다가 성과가 없을 경우 받게 될 정치적 책임을 줄이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지난달 양국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을 언급해 미국 업계 및 한국 정부로부터 부정적 반응을 얻은 것이 이번 단어 선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협상과 개정협상은 협정 발효 시점에 따라 구분된다는 의견도 있다. 한 통상 전문가는 “2010년 미국이 이미 타결된 FTA 협정문의 자동차 분야 수정을 요구하면서 한·미 간 FTA 협상이 추가로 진행됐는데 이는 협정 발효 이전에 협정문을 고친 것이기 때문에 재협상으로 부를 수 있다”며 “이번엔 발효된 협정문을 고치는 것이어서 재협상이 아니라 개정협상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재협상 대신 ‘현대화(modernization)’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같은 맥락에서 한국에 대한 FTA 협정 개정 요구 역시 재협상보다 현대화를 요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워싱턴=박수진 특파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