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제가 그야말로 세계 최고를 유지해서다. 독일 실업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인 5.7%다. 올 5월까지 경상흑자만 173억유로(약 22조5000억원)에 이른다. 전년 동기 대비 10%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경제성장률 2% 돌파는 시간문제다. 유럽인들이 독일 국민들은 소비하지 않고 수출만 한다고 야단칠 만하다. 물론 강한 제조업 경쟁력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히려 눈길을 두는 대목은 장인(마이스터)을 양성하는 독일식 직업 교육제도다. 그는 지난 5월 장녀 이방카를 독일로 보내 마이스터 제도를 직접 확인하고 도입 여부를 검토했다. 예산을 두 배나 늘리고 맞춤형 직업훈련센터도 주(州)마다 설치하려 하고 있다. 제조업 경쟁력에 직업교육이 큰 몫을 한다고 트럼프는 보고 있다.
마이스터는 기술자를 존중하는 독일 사회의 상징적인 존재다. 독일은 대학 진학률이 한국의 3분의 1에 불과한 26%밖에 되지 않는다. 도제 학습을 통해 마이스터 반열에 오르면 사회에서 충분한 대우를 받는 풍토가 형성돼있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도 물론 완벽한 것은 아니다. 틈새가 있다. 일부 독일 부모들의 극성으로 대학 진학 준비 학교인 김나지움이 많이 생기고 대학 정원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학생과 교사 관계도 불편하다. 초등학교 4학년이 끝나면 진로가 대부분 교사들에 의해 결정된다. 학부모들은 교사의 결정에 대체로 수긍하지만 일부에서 교사의 결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이나 에너지 문제도 간단치 않다. 독일의 전기료는 유럽에서도 가장 비싼 편에 속한다. 친환경에너지를 쓰기위해 탈 원전 정책을 펴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보조하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도덕적해이도 엿보인다. 기업이나 가계에선 에너지 사용에 많은 부담을 지는 것에 힘들어한다.
정작 독일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노사 문제다. 독일의 단위당 노동비용은 다른 경쟁국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실질임금이 그만큼 오르지 않아서다.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철의 장막이 걷히면서 독일 기업들은 폴란드나 체코 등 임금이 싸고 질 좋은 노동력이 풍부한 동구권 국가들을 주목했다. 노조들은 자칫 기업이 이들 국가의 인력을 쓰거나 아예 이전해 버리면 설 땅을 잃어버릴 것으로 우려했다. 정부와 사회의 논의와 합의도 있었다. 산별 노조단체들은 이때 힘을 잃었다. 2000년대 슈뢰더 정권에서 단행한 하르츠개혁은 이 같은 노조의 약세에 힘입어 성사된 것이다.
한국은 독일과 닮은 듯하면서도 전혀 닮지 않은 국가다. 대학 진학률이 70%를 넘고 있고 기업 경영 형태도 독일과 다르다. 정부는 에너지 정책 등 각종 정책에서 독일을 벤치마킹하는 듯하다. 벤치마킹하기는 쉽지만, 특정 제도나 정책이 생겨난 전후 맥락이나 배경 등을 충분히 알아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기업들의 움직임이나 고민도 살펴야 한다. 보다 정확한 벤치마킹에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춘호 선임기자·공학박사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