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출신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이른바 ‘엘리트’의 길을 걸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느 날 문명의 이기를 비판하며 매사추세츠주 콩코드 마을의 외딴 숲속 월든 호숫가로 들어가 오두막집을 짓고 살았다. 2년2개월간의 호숫가 오두막 생활을 기록한 《월든》은 미국 초월주의 문학의 꽃으로 불리며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고전이 됐다. “우리는 끊임없이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라는 초대를 받는다”며 자연 속에서 사색을 통해 내면을 갈고닦는 데 집중한 그의 삶은 지나친 경쟁 구도 속에서 자신을 혹사해야만 하는 현대인에게 적지 않은 귀감이 되고 있다.

지난 12일 탄생 200주년을 맞은 소로의 사상과 신념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소로의 일기》(윤규상 옮김, 갈라파고스)와 《소로의 야생화 일기》(김잔디 옮김, 위즈덤하우스)다.

《소로의 일기》는 소로가 죽을 때까지 쓴 39권의 일기 중 20~34세 젊은 날의 기록을 엮었다. 소로는 거의 매일 일기를 썼다. 인간과 자연, 사회에 대한 통찰, 책을 읽고 난 뒤의 감상 등을 자유롭게 기술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낸 초월주의자로 알려진 소로가 자신의 삶을 지극히 사랑했으며 하루하루를 충실히 산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삶 자체를 꾸준히 살피고 있지 못할 때에는 삶의 때가 덕지덕지 쌓여 삶 자체가 꾀죄죄해진다”며 “하루를 제대로 살아내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 맑고 고요하게 삶 자체를 바라보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삶을 제대로 살아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

‘청년 소로’의 인간적인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실수로 산불을 내 온 산을 다 태워놓고는 “번개가 불을 놓은 것으로 치자. 저 불길은 태워야 할 것들을 태우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소로의 야생화 일기》는 소로가 1850년부터 1860년까지 10년 동안 매일같이 월든 주변의 시시각각 변모하는 야생화를 관찰하며 느낀 사유의 단편을 기록한 야생화 관찰 일기다. “감각이 쉬지 못할 만큼, 야생화 관찰에 몰두하느라 나 자신이 없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할 정도로 소로는 야생화를 찾아 관찰하고 기록하는 데 온 에너지를 쏟았다. 그는 단순히 보이는 꽃을 기록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쉽게 볼 수 없는 꽃이 자라는 장소를 찾아다녔다. ‘캐나다매발톱꽃’과 ‘버지니아범의귀’가 바위틈에 자라는 코낸텀 절벽도 그런 장소 중 하나였다. 화가 배리 모저가 그린 200여 장의 야생화 삽화도 볼 수 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