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퇴임이 기정사실화한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의장이 ‘비둘기’ 면모를 보이며 ‘러시아 스캔들’에 휘청이던 증시를 살렸다.

옐런 의장은 12일(현지시간) 미 의회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가 개최한 통화정책 청문회에 나와 물가부진이 지속되면 긴축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옐런 의장은 먼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데이타를 긴밀히 지켜보면서 필요하다면 (긴축)정책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내놓은 발언에서 상당히 후퇴한 내용이다.

청문회에 앞서 내놓은 연설문에서 옐런 의장은 “미국 경제가 점진적인 긴축을 충분하게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며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관한 전망에 관해서는 종전과 달리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옐런 의장은 “지난 수개월 동안 이례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 수치를 주시해왔다”며 “특별한 요인이 사라질 때까지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FOMC 위원들 사이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기준금리를 높은 수준까지 올릴 필요가 없다는 발언도 내놨다. 그는 “중립 금리가 여전히 낮은 상황에서 정책금리를 그렇게까지 많이 올릴 필요는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물가의 상승이나 하락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게 하는 금리를 뜻한다. 시장에서는 연 3%를 중립금리 수준으로 보고 있다.

옐런 의장은 금리인상과 양적축소 가운데 양적축소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4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Fed의 자산을 언제부터 줄여나갈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Fed의 대차대조표는 2022년이면 정상화될 것”이라며 빠른 시일내에 개시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옐런 의장의 발언과 함께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123.07포인트(0.57%) 상승한 21,532.14에 마감하며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S&P500 지수 역시 전 업종 지수가 오름세를 보이며 0.73% 오른 2443.25에 장을 마쳤다. 나스닥 지수도 1.10% 오른 6261.17을 기록했다. 미 국채가격의 기준이 되는 10년물 수익률도 0.04%포인트 하락한 연 2.32%로 낮아졌다.

마켓워치는 시장 관계자를 인용, “옐런 의장이 예전의 비둘기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또 다른 투자분석가는 “시장의 옐런 의장의 발언을 유리하게 해석한 측면도 있지만 옐런 의장도 시장이 원하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