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보면 그런대로 여러 안배가 이뤄진 듯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성향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노무현 정부나 시민단체 출신이거나 문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활약한 인사들이다. “능력과 적재적소 인사를 대원칙으로 삼겠다”며 “저에 대한 지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다”던 문 대통령 취임사는 빛이 바랜 느낌이다. 탕평은 사라지고 ‘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선거에 승리한 대통령이 생각이 같은 사람을 중용하는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캠프 출신의 전진 배치는 국정 추진력을 높이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있다 치더라도 국정경험이 거의 없는 인사들이 적잖이 보인다는 점이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 후보자가 밑그림을 그렸다는 ‘탈(脫)원전’ 정책의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수 에너지 전문가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의 4대강 재(再)자연화 주장은 이 사업의 한쪽만 부각시킨 것이다. 시민단체에서는 몰라도 장관 후보로서는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이런 ‘코드 내각’이 자칫 야당이나 외부의 비판에는 귀를 닫고 “우리는 무조건 옳다”는 식의 집단적 도그마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국정은 일종의 ‘정책 실험장’이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문 대통령과 새 내각은 무엇보다도 세상을 향해 귀를 활짝 열길 바란다. 그게 ‘불통(不通)’을 벗어나고 ‘정부 실패’도 줄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