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거래가 부른 '공매도의 오해'…알고보면 순기능 많아
씽크풀 등 개인투자자들이 모인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는 요즘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들썩이고 있다. “‘광화문 1번가’ 홈페이지에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제안을 올렸다”거나 “공매도를 없앨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글들이 매일 올라와 호응을 얻고 있다.

광화문 1번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설치한 온·오프라인 창구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오는 12일까지 광화문 1번가를 통해 국민 제안을 받아 각 부처에 전달할 예정이다. 부처에서 제안을 검토해 대책을 마련하면 다음달 말께 문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서 결과를 보고할 계획이다. 광화문 1번가에는 공매도를 폐지해 달라는 제안이 4일 현재 214건이나 올라왔다.

하지만 공매도를 철폐해야 한다는 근거 대부분은 오해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가격을 왜곡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미리 팔고 나중에 주식을 사서 갚는 투자기법이다. 주가는 기업가치가 고평가돼 있거나 가치가 하락할 때 떨어진다.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투자 도구로 공매도를 사용할 뿐 ‘좋은 기업 주가를 특정 세력이 공매도로 누르고 있다’는 주장은 그릇된 해석이란 지적이다.

공매도가 주가를 왜곡한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악재를 주가에 빠르게 반영해 시장 효율성을 높인다는 평가가 많다. 나쁜 정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가격에 거품이 생기면 피해는 오롯이 투자자 몫으로 돌아간다. 미국 유럽 등 금융 선진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낙폭이 컸던 금융주를 중심으로 공매도를 제한했다가 시장을 교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제도를 되살리기도 했다.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불신에도 이유는 있다. 한미약품 늑장 공시, 대우건설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 엔씨소프트 신작의 거래소 기능 제외 등 기업에 악재가 터져나오기 직전 공매도가 크게 늘어난 사례가 줄을 이어서다. 미리 정보를 접한 불공정 거래 세력이 부당이득을 취하려고 공매도를 악용했다는 의혹은 때마다 반복된다. 공매도는 개인이 접할 수 없는 불공정한 도구라는 인식이 깊게 뿌리내린 이유다.

불공정 거래를 통해 부당이득을 얻은 경제사범은 엄벌해야 한다. 하지만 도구에 불과한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자본시장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나수지 증권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