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금융자산 관리…로보어드바이저 시대 개막
인공지능(AI)이 금융투자자산을 관리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시장이 열렸다. 컴퓨터 알고리즘이 사람 대신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자산을 운용해주는 서비스다. 자산가들이 프라이빗뱅킹(PB) 센터에 찾아가 받던 서비스를 누구나 간편하게 받을 수 있게 됐다.

신한·우리·농협·국민·기업은행 등 다섯 곳은 금융위원회와 코스콤(옛 한국증권전산)이 작년 9월부터 올 4월까지 진행한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검증을 통과했다. 각 은행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출품해 7개월간 실제 자산운용을 거쳐 사용해도 좋다는 일종의 ‘인증’을 받은 것이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은 로보어드바이저를 정식 서비스로 출시했다. 국민은행도 조만간 이 같은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서비스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기업은행이다. 이 은행에선 로보어드바이저 자문을 받는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할 수 있다. 투자금액이 1년에 2000만원, 5년간 최대 1억원까지로 제한돼 있지만, 수익 200만원까지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른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와 달리 가입자가 일일이 펀드를 매매하지 않아도 알아서 자산을 운용해준다.

지난해 11월 첫선을 보인 신한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엠폴리오’는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앱(응용프로그램)을 다운받거나 인터넷 홈페이지 검색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투자에 관한 질문들에 답하면 이를 바탕으로 투자 성향을 파악해 적절한 펀드 등을 조합, ‘투자 모범답안’에 해당하는 모델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준다. 신한은행 계좌가 있고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록을 한 경우 즉석에서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투자 상황을 알람으로 알려줘 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모바일을 통한 펀드 상품 가입 고객의 50%가 엠폴리오에서 유입될 정도로 고객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AI를 활용한 자산관리 서비스인 ‘우리 로보-알파’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우리은행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위비톡’이나 모바일 뱅킹서비스인 원터치뱅크, 위비뱅크 등과 연동된다. 수시로 고객 포트폴리오를 진단하고 더 나은 투자 전략이 있으면 이를 모바일 메시지로 보내주는 식이다. 지난해 8월 체험 서비스를 시작한 농협은행 ‘NH로보-프로’는 퇴직연금 운용에 특화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다. 은퇴 시점까지 자산을 어떤 방식으로 운용할지에 초점을 맞추고 필요한 자금과 자산 부족 시기 등을 산출해준다.

다만 일임형 ISA를 제외하면 비(非)대면으로는 로보어드바이저에 펀드 등 매매 일임을 할 수 없다. 자산 포트폴리오를 변경(리밸런싱)할 때 고객이 직접 펀드를 사고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알림 메시지의 인터넷주소를 클릭하면 한 번에 바로 추천받은 포트폴리오에 가입할 수 있게 하는 등 불편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