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급등해온 베트남의 최저임금이 내년에도 5% 이상 오를 전망이다. 현지에서 수십만 명을 고용 중인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등 5000여 개 한국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노사정 협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베트남 국가임금위원회는 인상률 5.0~6.8%라는 중재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노동계 대표인 베트남노동총연맹(VGCL)은 올해 지역별로 월 258만~375만동(약 13만~19만원)인 최저임금이 기본 생계비에 못 미친다며 13.3% 인상을 요구해 왔다. 반면 사측 대표인 베트남상공회의소(VCCI)는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물가상승률 수준인 평균 5%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경제 성장과 함께 매년 크게 올랐다. 2013년 17.5%, 2014년 14.9%, 2015년 14.8%, 2016년 12.4% 상승했다. 지난해 기업 반발이 커지면서 올해는 7.3% 올랐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 모임인 주베트남한국상공인연합회(코참)는 낮은 노동생산성,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 등을 들어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인상 폭을 최대 3%로 억제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임충현 대한상공회의소 베트남사무소장은 “베트남 근로자의 노동생산성 향상 속도가 최저임금 인상률에 비해 더뎌 임금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임금에 연동되는 사회보험, 초과근무수당 등까지 포함하면 기업 인건비 부담은 더 크다”고 말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작년 말 기준 5509개다. 현지인을 내세운 간접투자까지 합치면 1만 개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두 곳의 대규모 휴대폰 공장 및 TV 공장 등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가 14만 명 이상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LG전자 포스코 효성 태광실업 등도 대규모 공장을 두고 있다. 롯데 신세계 CJ 등 유통업체와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등 4대 은행도 진출해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