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지난달 30일 낮 12시(현지시간) 두 정상의 공동 언론발표(기자회견)가 있고 7시간 만에 나왔다. 통상 언론발표 직후 공동성명문이 취재진에게 배포되는 관례에 비춰 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지난 2월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회담이 끝나고 곧바로 성명이 발표됐다.

공동성명문은 두 정상의 언론발표 전에 완성됐다. 한국 정부에서는 조구래 외교부 북미국장과 이태호 청와대 통상비서관이 공동성명 문안 작성 실무접촉을 담당했다. 미국 측 담당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구체적인 표현을 두고 양국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결국 정상회담 당일인 30일 오전에야 합의문을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마련된 공동성명문 발표를 미룰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성명문이 발표되기 전인 오후 4시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으로 주말 휴가를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동성명 발표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백악관의 발표가 늦어진 표면적인 이유는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이 공동성명 발표안에 결재를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을 상대로 미국 측에 유리한 내용을 집중 부각시키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발표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훌륭한 협정이 아니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공정한 부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미국 여론을 의식한 발언을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언론들도 7시간 동안 이런 내용을 크게 다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동성명문에는 이런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미국 순방에 동행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에 담겨 있지 않은 한·미 FTA 재협상을 포함한 양국 간 무역 불균형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며 “다행히 7시간이 지나서야 발표가 됐고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를 분명히 보여줄 수 있었다. 발표를 기다려야 했던 7시간이 7년은 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워싱턴=손성태/조미현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