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 지역에 제가 아는 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이 집중돼 있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9일 “올 11월이면 신고리 4호기 가동으로 원전 주변 30㎞ 이내 인구 320만 명이 원전 7기 주변에 살게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 국무조정실은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하고, 시민배심원단이 건설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 관계자가 춘추관을 찾아 기자들에게 “원전이 밀집된 곳에 추가로 2기를 더 짓는 것에 대한 논란이 오랫동안 있어 왔다”며 정부 결정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청와대 측의 이 같은 발언에 신고리 원전 주변 부산 기장군 주민들은 “원전 주변에 살아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우리의 안전을 걱정하며 폐쇄를 주장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걱정인지 모르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측 설명대로 원전을 가동하는 나라 가운데 한국이 원전 주변 지역의 인구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은 ‘원전 주변’으로 한정하지 않아도 인구밀집도 자체가 높은 나라에 속한다. “위험천만하게 사람이 많이 사는 곳에 원전을 몰아서 건설했다”고 비판하는 게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원전은 주로 바닷가나 호숫가에 세운다. 원자로를 식히는 데 많은 양의 냉각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서해안은 펄밭이 많아 지반이 약하고 수심도 얕다. 서해 쪽에는 산도 적어 만일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 방사능을 막기도 어렵다. 국내에 건설된 대부분의 원전이 부산, 울산 등 동해안에 몰려 있는 배경이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청와대가 “(원전 주변 지역인) 부산에서는 현실적인 위협이고 갈등 요인”이라며 원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부추기는 것은 책임 있는 행동이 아니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비전문가에게 맡기겠다고 하고는 ‘위협론’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과거 원자력정책을 담당했던 공무원들마저 “얼마나 많은 원전이 몰려 있냐가 아니라 얼마만큼 원전이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관심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것이 현재 원전 주변 30㎞ 이내에 살고 있는 320만 주민은 물론 국민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얘기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