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출범한 지 반년밖에 안 된 수서발(發) 고속철(SR)을 코레일과 통합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수년간 무수한 논의 끝에 어렵게 시작한 철도 경쟁체제가 무위로 끝날 상황이다. 서울의 양대 지하철도 4조3282억원 부채와 연간 4000억원의 적자를 안은 채 23년 만에 통합된 터다. 거대한 단일 공기업 체제의 철도·지하철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잇단 언론보도를 종합해 보면 김현미 장관 부임 이후 국토부는 학계, 사회단체까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7월에 구성해 통합논의를 시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요청으로 이런 내용을 담은 ‘철도 공공성 강화 방안’이란 보고서도 만들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SR이 개통하면서 나타난 고속철의 변화는 한둘이 아니다. 10% 싼 SR의 저렴한 요금은 KTX와의 가격인하 경쟁으로 이어졌다. 마일리지 제도가 도입됐고, 객실 서비스도 한결 좋아졌다는 호평들이 나왔다. 코레일은 광명역을 잇는 셔틀버스로 서울 남부권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경쟁에 따른 이용자 편익 증대라는 전형적인 ‘경쟁의 효과’였다. 완전 민영화 이전 단계의 단순 경쟁체제만으로 본 성과인데, 더 이상은 기대하기가 어렵게 됐다.

국가의 교통인프라인 철도 정책의 전환점이 될 사안을 두고 너무 서두른다는 인상을 준다. 국토부가 SR과 코레일 통합논의 시한을 9월 국정감사 전까지로 보고서에 못박았다고 하니, 결론까지 내놓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SR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까지 추진된다고 들린다.

‘좌파 국영화, 우파 민영화’가 오랜 서구적 경향이긴 하다. 하지만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와중에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후생 증대가 제일의 관심사인 시대다. 더구나 오랜 논의와 진통 끝에 도입한 경쟁시스템을 반년 시행으로 뒤집는 것은 무리다. 최소 2~3년의 경쟁 효과는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접근할 사안이다. 통합 논리는 공공성과 안전을 내세우지만 독점 공기업이 이를 담보한다는 보장은 없다. 일본과 영국 철도 민영화 선례와 독일의 민영화 준비 등을 참고하면서 오히려 민영화에서 답을 찾을 필요가 있다. 원전이 그렇듯이, 180도 선회정책이 너무 잦아선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