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국내선 요금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저비용항공사(LCC)와의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 ‘제값 받기’에 나선 것이다. 항공업계 ‘맏형’인 대한항공이 사실상 요금 인상에 나서면서 다른 항공사에도 연쇄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대한항공, 요금체계 대수술…결론은 '오른다'
뭐가 달라지나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다음달 4일부터 새로운 국내선 요금을 적용하기로 하고 여행사 등에 세부 내용을 통보했다.

기존에 적용해온 10~70%의 할인율을 최대 50%까지로 제한한다. 주중, 주말, 성수기 등 세 가지 항목으로 구분한 것도 △성수기(high) △중수기(shoulder) △비수기(low)라는 상위 항목을 추가해 아홉 가지로 세분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최고경영진이 LCC와 차별화 전략을 꾀해야 한다며 새로운 가격전략을 지시한 것으로 안다”며 “예약 등급을 조정하면서 할인율을 낮추는 것인 만큼 요금 인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성수기 기준 김포~제주 노선은 최대 1만7000원 오를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요금 인상은 다른 항공사들이 발표한 것과 달리 소비자 체감도가 높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항공사가 요금을 올리는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최고 금액을 올리는 것이다. 극성수기에 받을 수 있는 최고 요금을 일정 비율 올리겠다고 국토교통부에 신고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말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요금을 올린 진에어(3~5%) 제주항공(주말 기준 최대 11%) 아시아나항공(평균 5%) 등이 이런 방식을 택했다. 회사 수익성은 좋아지지만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세지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대한항공은 이번에 신고 대상 최고 요금을 높이지 않고 저가 티켓 할인율을 줄이는 방식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과거 대한항공을 통해 김포~제주를 이동하는 고객은 비수기 주중에 조기 예매나 여행사 사이트를 통하면 2만5000원에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요금기준을 도입하면 티켓값이 4만1000원으로 훌쩍 뛴다. 70% 할인 등급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등급마다 할인폭이 줄면서 성수기 기준 M등급 요금도 8만6000원에서 9만1000원으로 오른다.

더욱 촘촘해진 티켓 가격

새 요금체계에선 가격 구분도 더 세밀해졌다. 시즌과 할인율을 고려한 경우의 수는 기존 21개에서 63개로 늘어난다. 대한항공은 할인율에 따라 예약등급을 일곱 가지로 나누고 있다. 할인이 전혀 없는 기본 운임을 기준으로 각기 다른 할인율을 적용해 등급을 구분한다. 여기에 시즌별 구분이 3개에서 9개로 늘어나면서 요금 시스템이 더욱 촘촘해졌다.

성수기 황금시간대는 가장 비싼 등급을, 비수기 비선호 시간대는 대폭 할인한 등급을 판매하는 식이다. 오랜 시간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자동으로 가격이 매겨진다. 항공사들은 공석을 줄이기 위해 등급별 판매 비율을 구분해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성수기에 항공료가 비싼 이유는 낮은 가격 등급 티켓이 이미 팔렸거나 항공사가 할인이 큰 등급을 아예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새 요금 체계는 경우의 수가 다양해져 더욱 탄력적인 가격 정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항공사도 따라올 가능성이 높다. 실제 대한항공이 2012년 국내선 운임을 평균 9.9% 인상한 이후 아시아나항공 등 다른 항공사가 줄줄이 요금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지난 4월 국내선 요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한 대한항공이 2개월 만에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한항공 측은 앞서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국내 관광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내 관광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해 국내선 항공료를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