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마트와 아마존 간 유통시장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킹콩(월마트)과 고질라(아마존)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발단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식료품업체 홀푸드를 인수하면서다.

세계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아마존을 ‘유통질서 파괴자’라며 아마존의 주요 수익 창출원인 클라우드 서비스(AWS·아마존웹서비스)를 쓰지 말라고 협력사에 요구했다. 영업이익 대부분을 AWS에서 거두는 아마존으로선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몸집을 13배로 불린 아마존이 자신들의 핵심 사업인 식료품 유통에 뛰어들자 월마트로선 가만 있을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두 업체 간 싸움이 제품값 인하 경쟁으로 이어져 혜택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점이다. 가격 인하는 이렇게 기업들의 뼈를 깎는 경쟁을 통해 발생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시장원리다. WSJ가 ‘더 많은 아마존을 필요로 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아마존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현실을 바꾸는 기업이 있다면 경제는 더 성장할 것”이라고 한 것은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한국은 어떤가. 새 정부는 통신비, 실손보험료, 카드수수료 등 관제(官製) 가격인하 방안을 내놓으면서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당장은 소비자들에게 이득인 듯 보일지 몰라도, 기업들이 수지가 나빠져 투자를 줄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경쟁시장에서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개입이 부작용만 양산한다는 것은 알뜰주유소, 착한 가격업소 정책 등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경쟁을 막고 있는 것은 가격 개입뿐만 아니다. 정부는 복합쇼핑몰의 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 등 영업일수 규제뿐만 아니라 생계형 적합업종을 지정해 대기업 진출을 막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아마존이 한국 기업이었다면 유통, 물류, 정보통신기술(ICT)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글로벌 강자’로 성장하는 게 가능했겠나 싶다. 소비자를 진짜 위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다면 경쟁활성화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