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뒤 보고와 달리 '기습적 배치' 듣고 깜짝 놀라
배치 앞당겨진 이유 몰라…법·규정 지키는 게 중요
북한 ICBM 발사·6차 핵실험 하면 더 강한 제재해야
내달 G20서 시진핑 만나면 사드보복 해제 요청할 것
문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된 뒤 보고받은 당초 계획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사드 발사대 1기를 배치하고 나머지 5기는 내년 말까지 배치하도록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미군 측이 한국 대선 전인 4월 말 발사대 2기를 군사작전하듯 기습적으로 경북 성주에 배치했고 나머지 발사대 4기도 이미 국내에 반입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왜 전체 사드 배치 과정이 앞당겨졌는지 모르겠다”며 “국내 법과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처럼 대북 대화의 전제 조건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이 비핵화의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야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ICBM을 시험 발사하거나 6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강한 제재가 부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양자 정상회담에서 북핵 제재 및 한국 내 사드 배치 문제 등을 함께 협의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지만 아직 체감할 수 있을 만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며 “중국이 북한 위기 해결을 위해 더 큰 역할을 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던 중국의 노력이 실패했다”는 글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어 “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회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 기업인들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에서 직면한 제재 조치를 모두 해제해 달라고 시 주석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G20에서 시 주석 외에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포함한 각국 정상과 최대한 많이 만나 북핵 관련 논의를 주요 의제로 끌어올릴 의사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G20 회의에서 각 국 정상들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심도 깊은 논의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일본에 대해서도 “일본과 높은 단계의 북한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과거사를 돌아보고 그런 행위가 결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굳은 결심을 보여줄 수 있다면 한국은 물론 많은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가 훨씬 진전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많은 한국인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부정적 시각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오는 29~30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기대가 크다”며 “양 정상이 북한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어 핵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손성태/정인설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