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한·미 간에 합의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일정을 처음 공개했다. 올해까지 사드 발사대 1기를 배치하고 나머지 5기는 내년에 배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발사대 6기로 구성된 사드 1개 포대를 연내 배치하기로 했다고 알려진 기존 내용과 다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된 뒤 보고받은 당초 계획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사드 발사대 1기를 배치하고 나머지 5기는 내년 말까지 배치하도록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미군 측이 한국 대선 전인 4월 말 발사대 2기를 군사작전하듯 기습적으로 경북 성주에 배치했고 나머지 발사대 4기도 이미 국내에 반입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왜 전체 사드 배치 과정이 앞당겨졌는지 모르겠다”며 “국내 법과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처럼 대북 대화의 전제 조건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이 비핵화의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야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ICBM을 시험 발사하거나 6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강한 제재가 부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양자 정상회담에서 북핵 제재 및 한국 내 사드 배치 문제 등을 함께 협의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지만 아직 체감할 수 있을 만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며 “중국이 북한 위기 해결을 위해 더 큰 역할을 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던 중국의 노력이 실패했다”는 글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어 “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회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 기업인들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에서 직면한 제재 조치를 모두 해제해 달라고 시 주석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G20에서 시 주석 외에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포함한 각국 정상과 최대한 많이 만나 북핵 관련 논의를 주요 의제로 끌어올릴 의사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G20 회의에서 각 국 정상들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심도 깊은 논의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일본에 대해서도 “일본과 높은 단계의 북한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과거사를 돌아보고 그런 행위가 결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굳은 결심을 보여줄 수 있다면 한국은 물론 많은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가 훨씬 진전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많은 한국인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부정적 시각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오는 29~30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기대가 크다”며 “양 정상이 북한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어 핵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손성태/정인설 기자 mrhand@hankyung.com